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모의고사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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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아무리 애를 써도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내신은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는데, 모의고사에서 썩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지요. 사실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자신이 바라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제일 괴로운 사람은 다름 아닌 학생 본인일 것입니다.
영어 공부법 멘토링을 받았던 J도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멘토들에게 오기 전까지, 영어 과외도 받아봤고 영어 학원도 여러 차례 옮긴 이력이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J의 영어 담당 멘토 K는 얼마 동안 J에게 영어 공부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주로 영단어 암기와 영어 문장 번역 과제였습니다.
놀랍게도 K 멘토가 보는 앞에서 영단어 시험을 치면, J는 만점을 받는 날이 만점을 받지 못하는 날보다 많았습니다. 틀리는 단어가 있다고 한들 40개 중 많아야 2개 정도였고, 심지어는 K 멘토에게 현재 보고 있는 단어장에는 자신이 이미 아는 단어가 너무 많으니 다른 단어장으로 영단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요청할 정도였지요. 게다가 영어 문장들을 번역하도록 하면 대부분 보는 즉시 직독직해를 큰 어려움 없이 입으로 술술 해냈습니다.
K 멘토는 고민했습니다. 때로는 노력의 성과가 한 박자 늦게 나타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흔히 성적은 계단식으로 상승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J는 이미 영어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과제를 해오는 양상을 보면 J가 불성실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래도 내신 성적은 잘 안 나오는 편인데, 내신 성적과 비교할 때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도 왜 그러는지 이유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J가 가져왔던, 과거에 치른 모의고사 시험지는 지문이 길어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오답이 많았고, 특별히 어떤 유형에 약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J가 새로 치른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고 왔습니다. 역시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K 멘토는 유형을 가리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J에게 단어량과 구문 해석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K 멘토는 J에게 맞힌 문제, 틀린 문제를 가리지 않고 각각의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자신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K 멘토는 위화감을 느꼈고,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 있었습니다.
다음 주, J를 만난 K 멘토의 손에는 영어 모의고사 시험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미 J가 풀었던 것이지만,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문, 문제, 선지 모두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K 멘토는 J에게 영어 모의고사를 한국어로 풀어보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J의 오답률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그것이 모의고사 영어, 수능 영어 시험을 치르는 일과 어떻게 다른지를 잊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봅시다. 한국의 수능과 유사한 시험으로 미국에는 SAT가 있고, 그 과목 중에는 Reading Test와 Writing and Language Test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한국의 수능 국어와 논술을 합쳤다고 보면 됩니다. 이때,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하면 대체로 영어를 굉장히 잘할 것입니다. 원어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정작 영어 원어민인 미국인 수험생들은 모두 SAT Reading Test와 Writing and Language Test에서 고득점을 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시를 뒤집어 볼까요? 절대 다수가 한국어 원어민인 수험생들이 치는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수능 국어 평균 점수는 50점대입니다. 반복합니다만, 한국어를 이보다 더 잘하기도 어려운 한국어 원어민들이 한국어로 시험에 응시했는데도 평균적인 학생은 두 문제 중 한 문제는 틀린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엄밀히 말해 수능 국어와 마차가지로, 수능 영어에서 또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온전히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즉, 수능 영어는 특정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특정 문장을 한국어로 해석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직설적으로 묻는 시험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능 영어에서 나오는 문제들의 유형은 이렇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고려할 때 적절한 단락의 순서는 무엇인지, 본문의 내용을 통해 유추하건대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인지, 본문의 정보와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는 선지로는 무엇이 있는지 등입니다.
다시 J의 경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K 멘토는 J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습니다. J는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 아니라, ‘글을 못 읽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내용의 글을 한국어로 읽는다고 한들, 영어로 읽을 때와 다르게 그 글에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이고 그 글의 논리적 전개가 어떠한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단어, 각각의 문장은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었지만 정작 글을 읽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지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지문의 내용에 따른 추론을 행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쉬이 틀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연후 K 멘토는 J의 국어 공부법 멘토였던 C와 함께, J가 글을 독해하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글에서 키워드를 찾고, 주요 주장에 밑줄을 긋고, 각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글을 짧게 요약하는 등의 훈련을 거쳐 J의 영어 모의고사 성적은 마침내 내신 성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의고사 국어 성적 또한 올랐음은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