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1]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공부와 중학교 공부의 결정적 차이
이제 본격적으로 예비 고등학생으로서 겨울방학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었구나. 먼저 확실히 해 둬야 할 것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너의 앞으로의 고교 생활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에서의 공부는 중학교 때의 공부와는 상당히 다른 결의 공부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의 공부란, 말하자면 단순 암기로 점철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실상 중학생 때 공부를 잘하는 게 고등학교 때도 똑같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도 중학생 때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내 주변 어른들은 다들 입을 모아 ‘고등학교 가면 공부 잘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의 뜻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 중학교 공부와 고등학교 공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사고력을 요한다는 것이다. 사고력은 곧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아무리 단순 암기에 능하다고 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으면 고등학교 공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편 아무리 암기에 약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잘 정돈되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 요컨대 네가 이 시기에 훈련해야 할 덕목은 다름 아닌 사고력이다. 지금 시기에 무슨 공부를 하든, 항상 이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시기를 고려했을 때, 아마 지금 시기라면 수학, 과학 등 선행을 나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구나. 중학생 때까지는 배우지 않았던, 미적분이나 기하, 벡터 등은 그 이름만 들어도 괜히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그 와중에 또 친구들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들 학원에 등록해서 선행을 나가고 있으니, 한편으로 조급한 마음도 들 것 같구나. 사실 선행을 나가니 마니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네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선행을 나간다면 분명 유리한 점도 있지만, 딱히 선행을 나가지 않더라도 뒤처지지는 않는다. 나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딱히 수학, 과학을 선행을 나가진 않아서 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마침 선행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선행학습의 장단점을 각각 이야기할까 싶다.
예비 고 1, 선행학습의 장점
보통 선행학습을 한다고 하면, 국어나 영어, 사회같이 소위 문과 과목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 과목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선행학습의 최고 장점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내용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등학교를 처음 올라가서 배우는 내용들은 꽤 생경한 경우도 있어서, 선행학습이 전혀 무용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선행학습을 나가는 것은 네가 결정할 문제이되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1년 이상의 진도를 미리 나가지는 말라는 것이다. 특히 수학 문제의 경우에는 같은 문제라도 1학년 때 배우는 개념으로도 풀 수 있고, 2학년, 3학년 때 배우는 개념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2, 3학년 때 배우는 개념으로 문제를 풀면 더 쉽게 풀리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달콤한 경험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단다. 나름 한정적인 풀이법 안에서 최대한 생각을 하면서 풀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수학이라는 과목의 존재 의의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어쨌든 선행학습의 강점이 강력하게 발하는 과목은 다름 아닌 영어다. 특히 요즘은 수능에서도 영어가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만큼, 미리 준비해놓으면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영어는 특히 단어를 모르면 아예 문제에 접근조차 할 수 없으므로, 단어 공부는 가능한 미리 해두는 것을 권장한다. 나는 네 시기 때 영어단어를 만만하게 봤다가, 학교 다닐 때 남들보다 더 고생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비 고1 시기 때부터 영어단어를 신경 써서 공부했으면 하지 않았을 고생인 것 같다. 그리고 영문법도 마찬가지로, 중학생 때와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다만 고등학교에서 접하게 될 문장들은 꽤 길어서, 얼핏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문장들도 제법 있다. 그래서 영문법과 영단어 정도는 지금 시기에 제대로 연습하기를 바란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내신, 수능 할 것 없이 공부의 부담을 상당히 줄여줄 거다.
예비 고1, 선행학습의 단점
앞서 내가 우려한 당부의 이야기가 사실은 곧바로 단점이 된다. 진도를 나가는 것 자체는 나쁠 건 없으나, 문제를 쉽게 푸는 법을 접하는 것은 사고력 증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그 문제 풀이법이 이른바 발상의 전환으로 창의적인 것도 아니거니와, 그냥 고학년 진도의 접근법을 적용한 것뿐이니, 오히려 독이 된다. 결국 고등학교에서의 수학, 과학은 논리 퍼즐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그래서 주어진 논리적인 재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선행학습을 나가더라도 1년치를 넘어서는 진도에 대해서 선행을 나가는 것은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 않구나.
선행학습이 가지고 있는 단점 중에 하나는, 복습을 잘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복습을 철저히 하면서 선행학습을 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의 정신적 자원을 가진 학생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선행학습 진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복습은 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결국은 고등학교 공부라는 것도 중학교 때의 지식과 수업 내용을 배경으로 하기에 복습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선행학습을 나가더라도 항상 대전제는 복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나는 예비 고1 때는 복습을 잘 하지 않아서, 정작 1학년 때 수학 공부를 하는데 많은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때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수학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복습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복습이 선행학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복습을 비롯해서 당시 해야 하는 공부를 끝마치지 못하면 선행학습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예비 고1때부터 비롯해서 고등학교 내내 선행학습을 나간 기간은 극히 짧았던 것 같다. 조언하건대 예비 고1때는 선행학습을 나가기 전에, 먼저 중학교 교과서의 내용을 한 번쯤은 완벽하게 훑어서 복습하길 바란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선행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는데, 선행학습에 관한 게 아니더라도 지금 시기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오히려 나는 체감상 고등학교 1학년 때보다 두어달 남짓의 예비 고1 시기에 더 많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다만 그 공부는 고등학교를 위시해서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나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체스, 장기 같은 보드게임을 배우는 등, 어찌 보면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시간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공부들도 내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자원이 되었다. 지금 시기를 보내는 네게 권하는 게 있다면, 이런 풍부한 경험들을 다채로이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진학한다고 괜시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교육과정 자체가 막상 부딪히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허술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시기에 네가 준비해야 할 것은, 굳이 따지자면 그 교육과정을 받아들일 토양을 다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토양은 중학교 교과서의 내용을 배경으로 하며, 이른바 사고력이라는 것을 양분으로 한다. 그러니 네가 보낸 3년의 중학교 공부를 잘 복습하고,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각종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