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심리학과 멘토의 공부법 조언
연세대에서 영어영문학, 심리학을 전공한 권소현 멘토의 공부법입니다.
권소현 멘토의 공부 비법 1: 국어 문학
전반적인 공부습관이나 학습 태도 외에, 제 멘토링에서 각 과목별로 배울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하 단락에서는 짧게나마 수험생들을 위한 공부 팁을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국어 문학입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습니다. 수능 문학 문제를 풀 때, 학생 개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미 출제위원들이 정답을 정해두고 출제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활용했던 공부법은 이렇습니다. 제 언니는 교사인데, 저는 쉴 때마다 언니가 임용고시 대비를 위해 보던 문학 참고서를 읽었습니다. 제가 본 참고서는 각 작품의 부분을 발췌하고 해설과 함께 실어둔 형식이었습니다(고3 때는 공부 빼고 다 재밌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익히 알고 있습니다). 쉬기는 쉬되, 어쨌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변명을 제게 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하니 작가 이름과 작품 제목만 봐도 출제 의도, 주로 나오는 발췌 대목 등 웬만한 내용이 다 기억나는 경지에 도달했고, 문학 한 지문의 문제를 모두 푸는 데 길어야 3분 정도 걸리게 되었습니다. 수능 때 문학을 다 푸니 시간이 60분 정도 남았던 기억이 나는데, 비문학을 특별히 잘하지 않았는데도 시간 여유가 있으니 국어 성적은 백분위에서 100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족일 수 있겠지만, 오해가 있을까 싶어 덧붙입니다. 제 말은 반드시 임용고시 대비 교재를 구해 보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수능에 나올 수 있는 문학 작품들, 그리고 그 문학 작품들을 바라보는 평가원의 시선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평가원의 문학 문제 출제 방식에 익숙해진다면 이미 문학 영역에서의 고득점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또 한 가지, 고전 소설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인물의 행동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많은 경우 이는 고전 소설에서 인물의 호칭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사씨남정기』에서 사씨는 사씨, 사부인, 부인 등으로 불리고 사씨의 남편 유현수의 호칭은 유현수, 유한림, 한림 등입니다. 수험생은 문제를 풀 때 “한림”이라는 말을 보고 이 한림이 대부분 유현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인물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됩니다. 다행히도 고전소설의 인물은 대부분 평면적입니다. 사씨는 착하고, 교씨는 나쁘며, 유현수는 매번 속아 사씨를 나무랍니다. 그러니 사씨를 탓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유현수이고, 뒤에서 일을 꾸미는 인물은 교씨입니다(교씨의 내연남들인 동청과 냉진일 때도 있긴 합니다). 반면 유현수의 집안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두 부인이므로, 사씨의 편을 들어준다면 두 부인입니다.
권소현 멘토의 공부 비법 2: 영어
제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또 주로 지도하는 과목이 영어이다 보니 영어 공부 관련 질문도 자주 받는 편입니다. 저는 영어는 일단 문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영어로 된 말이나 글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문장 구조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어는 다 아는데 단어들의 관계를 모르면 해석이 뒤죽박죽될 수 있으니, 단어도 중요하지만 문법이 우선입니다.
어느 정도 문법과 단어의 기초가 쌓였다면, 대입 수험을 위한 영어 공부의 경우 본격적으로 글을 읽을 차례입니다. 모의고사를 풀며 지문을 해석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모의고사를 다 푼 뒤 채점하고 오답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맞은 문제들까지 모두 지문분석을 하는 일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문장을 읽고 분석했는지에 따라 실력이 결정되는 것이 문법입니다. 경지에 오를 때까지는 지문 안에 있는 문장을 하나하나 문장성분별로 분석하며 뇌리에 최대한 많이 입력해 두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문제 풀이 연습입니다. 먼저 수능 영어 지문에서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 연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저는 영어 지문을 다 읽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예컨대 도표 문제에서 각각의 항이 선지로 주어졌는데, 네 번째 항에서 정답이 결정되었다고 해봅시다. 굳이 다섯 번째 항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면 지문 전체와 모든 선지를 다 봤는데도 정답을 모르겠다면, 추가로 시간을 쓰지 말고 그냥 넘어가야 합니다. 뒤에 더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테니 차라리 거기에서 시간을 더 써야 합니다. 앞부분에서 시간을 너무 소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시간 활용입니다. 그런데 시험장에서의 효율적인 시간 활용은 곧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습이, 그것도 상당히 많이 필요합니다.
여러 문제 유형 중, 빈칸 문제를 푸는 법은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빈칸은 지문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출몰합니다. 그러니 요건은 읽으면서 지문의 주제가 무엇인지 계속 파악하려 하는 동시에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익숙해졌다면, 빈칸 문제는 빈칸 바로 뒤까지만 읽으면 대개 정답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능 영어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장문 독해입니다. 수능 시험지 마지막 장에 다다라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문을 맞닥뜨리면 다수의 학생은 순간적으로 겁에 질리고,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판단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저와 함께라면 수능 장문 독해도 무서울 까닭이 없습니다. 다 대비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계속 문장 읽기를 연습하도록 하고, 장문 문제풀이도 거듭해 익숙해지게끔 하겠습니다. 익숙한 것에 겁에 질리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편 상위권 학생들은 보통 장문 독해에 발목을 잡히지 않지만, 간혹 수능 영어에서 장문 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어렵게 출제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저는 이러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상위권 학생들은 제가 직접 마련한 어려운 지문들로 연습하게 합니다. 보통 대학 수준 영어 지문으로 문제를 마련해 풀도록 지도하는데, 사실 이러한 문제들을 학생이 맞추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제가 제공하는 수준으로 어려운 지문이 수능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디만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려운 지문에 겁을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바로 위에서 장문 독해 이야기가 마지막이라고 했고, 대체로 수능 영어 듣기는 독해만큼 어려움이 크지는 않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듣기에 관해서도 조금 더 쓰겠습니다. 독해가 되는데 듣기만 어려운 학생이라면 발음을 못 따라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영어 듣기는 거의 무조건 미국식 발음으로 나온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단 한 번,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18년 3월 모의고사에서 영국식 발음이 쓰인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니 평가원이 쓰는 발음을 토대로, 영어 받아쓰기 연습을 지속하면 점차 지문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고 정답을 신속하게 고를 수 있게 됩니다. 듣기 연습이 충분하다면 나중에는 듣기 지문이 나오는 중에도 시험지의 앞뒤를 오가며 독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권소현 멘토의 진학 조언: 어학, 심리학 전공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시라면 어학이나 심리학 전공을 생각하고 계시기에 제 프로필을 열어보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학과와 관련된 조언도 드리고 싶습니다.
어문 계열 학과로 진학하고 싶은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아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요 언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제가 다녔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아예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많아서, 1학년 때 수강하는 영문학 입문이나 영어학 입문 등은 이미 고등학교 때 배우고 온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안 하면 학과에서 밀리기 마련이고, 웬만큼 열심히도 아니고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을 만큼 공부해 잘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원어민에 준하는 어학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대학에서도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심리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어학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세대 기준으로, 최소한 독해와 작문에 있어서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이 기대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달리 말해 영어 실력을 고등학교에서 웬만큼 완성해 오시지 않으면 대학에서 고생합니다. 수능 수준의 영어로도 부족합니다. 고로 심리학 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꼭 연세대 심리학과가 아니더라도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상당수 문헌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 미리 영어 공부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립니다.
권소현 멘토 프로필: http://www.mentor.or.kr/mentor/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