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시험, 교과서에 그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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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교과서랑 학교 프린트에서 다 나왔어요!”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90점을 넘겨본 승현이(가명)의 얼굴은 한 껏 상기되어 있었다.
승현이는 원래 공부 시간으로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아이였다. 승현이의 책상 옆에는 항상 산처럼 책들과 두꺼운 자료집이 쌓여있었다.
‘시험 준비는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해’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 말을 철썩같이 믿은 승현이는 학원에서 엄청난 양의 자료를 시험기간이면 받아왔다. 도대체 어디서 출제한 건지도 모르겠는, 인터넷에 즐비한 유료 문제집들. 매주 수십 페이지에서 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나게 두꺼운 자료집들. 이런 자료를 매주 한 권씩 가져와 책상 옆에 쌓아 두었다. 그 문제들을 겨우 한 번씩 풀어내기도 벅찬 하루하루들이 이어져갔다. 승현이는 내심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최상위권 아이들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풀어본다고? 걔들은 공부만 하나?”
그러다 승현이의 공부 습관을 보고, 멘토 선생님이 문제를 지적했다. 시험의 출제 범위는 교과서와 학교 학습지에서 나오는데, 정작 공부는 교과서로 하고 있지 않았다. 자꾸만 출처도 불분명한 문제들을 풀면서, 시험 범위를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멘토 선생님의 지적에 반신반의하며, 승현이는 처음으로 교과서를 반복하여 공부했다. 사실은 교과서로 공부해보라는 멘토 선생님의 지적이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적했던 문제지만, 문제들을 안 풀고 시험공부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불안했던 승현이. 그 불안감 때문에 지속적인 멘토 선생님의 지적에도 공부 방식을 바꾸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교과서와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학습지를 반복적으로 보고, 정리하고, 거의 외우다시피 시험 공부를 하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험 문제를 보자마자 교과서의 어느 부분에서 출제되었는지가 속속들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 이 문제는 학습지 어디에서 나왔네, 아, 이 문제는 교과서 연습문제에서 숫자만 바꿔서 나왔네. 하는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감정을 겪으며, 승현이는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가채점 결과, 승현이는 처음으로 내신 시험에서 9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승현이는 이미 꽤나 긴 시간동안 공부를 하는 습관은 들어 있었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교과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소위 SKY 대학 선생님들이라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의 아이들, 부모님들, 심지어 학원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불신한다.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고? 그건 학력고사 시절에나 가능했던 거 아니야?’’공부 잘하는 애들이 자기 비결 감추려고 교과서로만 공부했다고 하는 거 아냐?’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의심으로, 교과서의 가치를 폄훼하곤 한다. 그래서 내신 시험의 열쇠가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희한한 자료들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망친다. 고등학교 때 내신에서 고득점을 이어온 SKY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꼼꼼히 공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묘한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선생님들 입장에선 ‘이걸 왜 안 해?’ 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은 ‘이렇게 하는 게 고득점의 비결이라고?’ 하고 의심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묘한 패배의식에 젖어 있기 십상이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공부했다고 공부했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 공부량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고득점을 받는 아이들은 아예 머리가 좋거나 말도 안되는 공부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멋대로 추측하게 된다. 그러나 양쪽 다 사실이 아니다. 물론 불세출의 천재들은 언제나 하나씩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1등급을 받는 데에는 머리가 좋거나, 말도 안되는 양의 공부 시간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의 방법을 알고, 소위 정석적인 방식의 공부 습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더이상 불안함 때문에 시험에서 나오지도 않을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일을 그만두라. 더이상 소중한 공부 시간을 알맹이 없는 공부로 채우지 말자. 대신 선생님이 수업하는 교재, 선생님이 생각했을 때 중요한 자료인 학습지를 반복하여 공부하도록 하자. 처음에는 불안하고 겁이 나겠지만, 일단 이렇게 공부해보면 시험 문제들의 출제 의도가 술술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