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칼럼: 좋은 대학, 꼭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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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장형규 멘토입니다.
간혹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꼭 다소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유형의 함수 문제를 기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수학 모의고사를 풀 때 시간 운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면
멘토로서는 학생에게 대답해주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반대로 유독 난감한 질문은, ‘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나요?’라는 물음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지금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진심으로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냐고
묻는 학생들 앞에서 때때로 난처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제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 만일 제 답변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공부를 할 이유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기우가 앞서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이 하는 공부란 결국 대입을 바라보고 하는
공부이기 마련인데, 좋은 대학을 가야 할 이유가 마땅치 않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도 상당 부분 그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그렇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면 반드시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조금 세속적으로 얘기해서, 대기업 취직이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돈을 잘 벌까요? 유리한 점이 없다고 하지는 못해도,
반드시 그렇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는 합니다.
좋은 대학은 수험생 시절 학생이 노력의 결과이고,
결과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그런 뻔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학생이 대부분이기에,
아래와 같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싫고 힘든 것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하지 않는다기보다 하지 못 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싫은 일을 하려고 해도 도무지 그럴 마음을 먹을 수가 없고,
어떻게든 억지로 시작한다고 한들 계속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 하기 쉬운 일도 아닌데 잘할 것이라고 믿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한다면 실상 대답할 말이 궁색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 또 한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위의 사람과 달리 싫고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참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라고 싫고 힘든 일이 덜 싫거나 덜 힘든 것은 아닙니다.
기실 참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원하는 대로 성과가 나온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합니다.
어쨌든 싫고 힘든 일일지언정 미래의 결과에 자신이 어느 정도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참고 노력하는 일밖에 없음을 아는 까닭입니다.
이제 여러분께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두 사람 중 누구의 삶이 더 충만하고 행복할까요?
저는 결과적으로 후자의 인생이 더 충만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싫고 힘든 일은 무조건 내팽기치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하지만,
참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참고 더 노력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수험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꼭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은 없습니다.
즉, 좋은 대학에 갔다는 것은 그 학생이 싫고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의미하며, 이를 다른 사람들도 그가 나온 대학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랍니다만,
그보다는 싫고 힘든 일도 내팽개치지 않는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더 바랍니다.
그리고 10대 수험생들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이러한 내적 성장을 이루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제 글이 학생들에게 수험 생활 중의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깨우쳐줄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