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생의 서로 다른 공부 스타일 (2)

 

-나는 어떤 유형일까?


서울대에 합격한 최상위권의 공부방법은 대체 어떤 것일까?

 

    지난 시간에는 공부를 자극과 도전으로 바라봤던 상민 군의 공부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상민 군이 다소 눈에 띄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탐구형의 학생이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유형의 학생이었던 지훈 군의 서울대 합격 공부법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좋은 성과를 거둔 공부방법일 수록 벤치마킹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멋진 옷이라고 입었을 때 다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공부방법 역시 나와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누구는 어느 학원에 가서 점수가 올랐다더라' '누구는 이렇게 공부해서 명문대 갔다더라' '누구는 그 선생님 수업 듣고 성적이 올랐더라' 하는 얘기는 나와 꼭 맞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은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노력의 결실을 얻은 지훈 군의 얘기를 통해 '나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방향을 잡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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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타입 - "나는 지극히 평범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만이 특별할 뿐" 

 

    지훈군은 대다수의 중학생들과 비슷한 학교생활을 했다. 과고나 외고 같은 특목고를 목표로 특별히 공부를 한적도 없고, 시험 때가 되면 벼락치기도 하면서 공부한 것보다 더 점수가 잘 나길 기대했고, 사실 공부보단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축구하는 걸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학생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다음,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1년간은 '난 공부를 해야겠어!' 하고 불타오를 만한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다만, 한번 시작한 것은 한우물을 파는 기질이 있었다. 부모님도 공부하라고 성화대는 분들이 아니시고 지훈이에게 맡겨두고 "알아서 해라" 주의였기 때문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숙제를 하고 공부하지 않았던 것도 고3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1. 교과서만 열심히 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 그건 중학교 때까지!

 

"노트정리는 여자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냥 교과서만 많이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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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치면서 열심히 읽은 교과서 사진 - 겉보기엔 열심히 공부한 것 같지만..>

 

    사실, 멘토도 비슷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애들이 궁상맞게 노트 펼쳐들고 앉아서 색색깔 펜으로 뭔가를 정리한다니, 생각만해도 손가락이 오그라들지 않는가. 하지만 멘토 역시 공부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써보면서(물론 여학생들처럼 예쁘게 색색깔로 정리한 건 아니라는 것을 강조)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훈이도 고1까지만 해도 멘토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교과서만 열심히 읽고 밑줄을 열심히 그으면서 나름 공부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은 성적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중학교 때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진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 성적. 

 

    그냥 '인서울은 하겠구나'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욕심은 내고 싶었던 지훈 군은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중학교 때까진 그냥 교과서 몇 번 읽고 시험 전엔 뚫어져라 교과서 붙들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1부터는 그것만 가지곤 부족했다. 뭐가 문제일까? 

 

2. 왜 남녀공학 가면 남학생들이 내신이 불리하다고 할까? - 노트정리는 서술형에 대비하는 핵심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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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정리노트 예시사진>
 

    지훈 군이 고등학교를 다니기 전 1~2년 전부터 서술형 문제를 출제하라는 교육청 지시가 내려졌다. 그동안 객관식이 주를 이루고 주관식이래봤자 단답형에 불과했던 문제들이 수학이든 국어든 서술형으로 써내려가고 풀이과정과 전개되는 전체 과정을 평가하는 문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서술형에 당황했다. 지훈 군도 마찬가지였다. 멘토의 분석에 따르면 그 이유는 바로 공부방법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훈 군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까진 교과서를 눈으로 훑는 공부에 만족한다. 특별히 독해력에 문제가 있지 않은 다음에는 읽고 이해가 되고 그것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머릿속에 기억이 잘 되니까. 문제는 딱 거기까지다. 반복에 의한 기억, 즉 암기에 그치는 것이 문제다. 서술형 문제는 "아느냐 모르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답이 도출되는 과정 전체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보니 공부방법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멘토가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여학생들이 내신에선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노트정리란, 수업을 듣고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운 지식을 다시 자신만의 체계로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연히 공부한 내용을 익히는 '습(習)'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이 때, 아무 생각 없이 예쁘게 베껴 적기만 하는 것은 '習'이 아닌 그림그리기와 똑같을 수 있지만 지훈 군은 이 노트정리를 통해 '習'의 과정으로 이행될 수 있었다. 


3. 풀이노트 필수! 수학개념도 노트에 정리! 수학도 노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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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 군은 수학에서 운이 좋았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 덕분에 문제 푸는 습관이 바람직하게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 시간이 되면 선생님은 문제를 선생님이 칠판에 풀어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훈 군의 수학 선생님은 좀 달랐다. 아이들이 나와서 칠판에 문제를 풀게 하는 데에 수업 시간의 절반을 쓰셨다. 그리고는 수업 중에 아이들을 지목해서 수학 개념에 대해 질문을 했다. 또, 칠판에 풀었던 문제 풀이과정에 대해 틀렸다 맞췄다가 아니라, 풀이 과정에서 왜 그렇게 풀었는지, 근거를 따져보게 하고 오답의 이유를 찾게끔 했다. 지훈 군은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방법을 다시 소환했다.  

 

"사실 선생님들은 항상 같은 얘기를 하셨는데, 왜 뒤늦게서야 실천했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문제는 반드시, 풀이노트에 풀었다. 중간에 암산하고 건너 뛰는 과정이 절대 없도록, 모든 과정을 다 손으로 풀어서 썼다. 그 덕분에 모의고사를 풀 때에도 자신도 모르게 풀이과정을 문제지 여백에 다 쓰면서 하다 보니, 계산 실수도 논리비약도 배제할 수 있었다. 


    지훈 군은 나중에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에도 흐트러짐 없이 풀이과정을 전개하는 습관이 생겼고 수학은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게 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공부방법으로 '풀이노트쓰기'를 강조했다. 그리고 서울대에 들어간 후 맡게 된 과외에서도 지훈 군은 이 부분을 제일 강조한다고 했다. 자신이 공부했던 방법 그대로, 정리할 때에도 수학적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교재에 나온 정의를 다시 곱씹어보면서 노트에 쓰게 시킨다 했다. 


"점수가 높다고 수학을 잘하는게 아니에요.

개념 이해를 완벽하게 하고 수학적 용어로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수학을 잘하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그리고 처음엔 책과 교재에 문제를 풀었는데, 나중에는 풀이과정을 풀이노트에 꼭꼭 쓰면서 풀었더니, 시험을 칠 때에도 가지런하게 풀어내려갈 수 있었고, 나중에 시험이 끝난 뒤에 오답을 점검하며 공부할 때에도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 지적했던 것처럼 왜 틀렸는지, 틀렸으면 무엇 때문에 틀린 것인지, 어떤 개념을 잘못 적용한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다 보니 수학적인 사고과정이 정돈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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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과정이 해설지처럼 반듯반듯한 지훈 군의 교재 사진>   


4. 결론 - 수재(秀在) 아닌 수재(手材) 유형, 묵묵히 한 길을 판다 

 

    남학생들 중에는 이런 공부방법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여학생들 중에도 유투브, 동영상에 익숙한 영상세대 답게 눈으로만 훑고 손으로 쓰는 걸 귀찮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 Oldies But Goodies. 고래로부터 필사(筆寫)하는 방법은 학문을 연마하는 데에 추천되었던 방법이었다. 물론, 베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손을 쓰지 않고 눈으로만 훑고 끝내려는 학생들에게 꼭 당부해주고 싶은 공부법이다. 지훈 군은 이 공부방법의 장점을 잘 체득하여 평범한 시작이었지만 빛을 발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손을 쓰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진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 지훈 군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수학이든 국어든 노트에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뒤늦게 시작한 걸 후회했어요.

왜 선생님들이, 선배들이 오답노트, 정리노트, 개념노트를 강조하는지 저도 알게 되었거든요.

누구나 이 방법을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이것이 몸에 배기까지 노력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매우 귀찮고요.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해요. 그리고 당장은 점수로 나타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만점을 받을 수 없어요. 완벽을 만드는 공부법은 결국 자기가 정리를 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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