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소위 '국영수사과' 과목 중에서도 성적대별로 해야 할 공부가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과목입니다. 성적대별로 학생에게 현재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국어나 영어의 경우, 성적이 안 나오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휘가 부족할 수도 있고, 어법이 부족할 수도 있으며, 그것도 아니라면 독해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휘의 부족은 90점대 학생들에게서도 드러나고, 70점대라고 해서 어법에 오개념이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점수대별로 학생이 가진 문제가 특정되지 않기에, 국어나 영어 과목은 지도와 관리에 있어 획일화된 방법론을 제안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학은 다릅니다, 수학은 현재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느냐가 곧 학생의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점수의 기준은 모두 수능 모의고사 기준입니다.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진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는 기준이 학교마다 그리고 출제하는 선생님마다 천차만별이므로, 모든 학생들이 응시하는 모의고사 점수를 기준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70점 이하]: 개념 학습이 최우선이다.

 

모의고사를 봤는데 수학 성적이 70점을 밑돈다면, 문제 응용이나 고난도 문제 풀이를 떠나서 일단 개념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적이 50점대~60점대라면 4점짜리 문제를 한두개 빼고는 거의 맞추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다른 데서 문제를 찾을 게 아니라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다시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정사영의 정의, 미분과 적분의 원리, 타원의 정의 등의 기본 원리부터, 그것들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정리와 공식을 숙지하는 것이 바로 개념 학습의 요체입니다.

 

이 단계라면 학원이나 인강에서 수업을 듣더라도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보다는, 기본 개념 설명 강의를 수강하는 것을 권합니다. 단, 이미 정규 진도에서 60점대 이하의 점수가 나온다는 건 학교 수업이나 개념 강의에 집중하지 않았거나, 혹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이 학생들에게는 단지 '개념 수업을 다시 들어라' 하고 방치할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물어보고 그 답변을 듣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개념에 대한 이해와 자기가 알고 있는 바에 대한 메타인지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70~80점대}: 한글에서 수학을 번역해내라

 

이렇게 개념 학습을 통해 일단 70점 이상을 받는 데 성공했다면, 사실상 개념은 대략 전부 숙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개념 강의를 더 듣거나 교과서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사실상 별 소용이 없습니다. 70점대 학생들이 해야 하는 일은, 숙지한 개념들을 문제 안에서 어떤 단서를 통해 활용할 수 있을지를 포착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모의고사를 위시한 많은 수학 시험들의 문제는 한글로 써 있습니다. 즉 우리가 개념 강의에서 배우듯 직접적으로 해당 공식이나 개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그것을 암시하는 표현들을 활용합니다. 그 암시되는 한글 표현으로부터, 숨겨진 수학적 조건과 개념을 포착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예컨대, 아래의 문제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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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문제는 중복순열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들이고, 2번 문제는 중복조합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중복순열과 중복조합의 각각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중복순열 = "n개의 서로 다른 원소 중에서 중복을 허락해 r개를 뽑아서 한 줄로 늘어놓는 경우의 수"

중복조합 = "서로 다른 n개에서 중복을 허용하여 r개를 택하는 조합"

 

그런데, 이 정의들과 달리 위 문제들에서는 직접적으로 어떤 공식을 활용하라는 식의 안내가 없습니다. 즉, 한글 문장을 바탕으로 이것이 어떤 수학적 개념을 지칭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70점대에 머무르는 아이들은 이러한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따라 이를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80-90점대] 수학적 단서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라

 

80점대에 도달했다면, 이미 앞서 이야기한 기본 개념과, 문제가 제시하는 한국어 문장이 어떤 수학적 개념을 지칭하는지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력이 확보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앞선 단계의 역량들을 숙달할 때까지 반복학습이 필요합니다. 탄탄한 기본 개념에 대한 지식, 그리고 문제를 봤을 때 이것이 어떤 개념을 요구하는지 포착할 수 있는 통찰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90점대로 향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숙달될 때 까지 반복하라는 원론적인 조언 외에, 구체적으로 한 가지 다른 조언을 하자면, 포착해낸 수학적 단서 사이의 관계를 고민해볼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소위 킬러 문항인 고난도 4점 문항들은 문제 하나당 하나의 개념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두 개에서 세 개까지의 개념들을 활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문제에서 수학적 단서를 포착하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서들이 서로 수학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90점대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됩니다.

 

[90~100점] 디테일한 오답노트가 중요해지는 순간

 

사실상 많은 학생들이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계가 바로 90점대이고, 최상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만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91점에서 100점에 도달하는 일은 70점에서 90점이 되는 일보다도 어렵습니다. 이미 거의 대부분 수학 공부법이 숙달 및 체득되어 있기에, 더이상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90점 이상부터는 아이러니하게도, 90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공부법을 버리고 다른 학습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념을 다시 깊이 공부한다든지, 문제 풀이법을 고민한다든지 하는 것은 이 단계에서는 사실상 시간낭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대신, 90점 이상에서부터는 오답노트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를 풀고 답을 얻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해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에서 단서를 포착하고, 그것을 수학 개념으로, 그것을 수식으로 풀어나가는 모든 단계를 나열해 놓고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강점인지를 스스로 분석하는 것이, 90점대의 오답노트입니다. 그러므로 70-80점대 학생들의 오답노트와, 90점대 학생들의 오답노트의 양과 질은 차원이 다릅니다. 바로 디테일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CASE : 중2 남학생, 수학 70점대 → 90점대로의 스토리

 

위와 같은 방식으로 중 2 남학생을 지도한 경험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중2는 질풍노도의 시기고, 아이들이 공부하기를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하는 시기기도 합니다. 이 학생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풀어와' 하고 숙제를 내 주면, 정말 문제'만' 풀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보통 '문제를 풀어와' 하면 채점을 해 오는 것까지를 의미하다 보니 다소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이 학생에게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학생의 문제점을 여기서 발견했습니다. 굉장히 머리가 좋은 편인데도 70점대에 점수가 머무르고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숙제나 조언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이 친구한테는 하나하나 다 말 해줘야겠구나' 하고 내심 반성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위에서 소개한 방식대로 수학을 지도했습니다. 특히, 학습의 디테일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숙제를 주고 풀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문제 풀이에서부터 오답노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구들을 적어야 하는지까지도 설명해주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거듭하여 관리했습니다. 마치 컴퓨터에 코딩을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 결과, 짧은 기간만에 만점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90점대까지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학습의 디테일, 멘토가 책임지겠습니다

 

위와 같이, 수학 공부의 디테일은 학습자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면서, 동시에 학습 관리나 지도의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고1, 고2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으면 별 생각 없이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문제를 발견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저 또한 그로 인해 3수를 했고, 학습자와 학습 관리자의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알고 있습니다. 디테일한 수학 학습, 멘토가 책임지겠습니다.



제목
설은수 수학 멘토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 File
  • 박윤경 멘토 / 연세대 정치외교학

    다섯 번 찍어 안 넘어가는 과목 없더라 - 5등급도 1등급으로 올라서게 만드는 반복 반복해서 공부하라는 얘기는 참 많이 듣습니다. 교과서도 반복해서 읽으라고 하고, 필기도 반복해서 보라고 하고, 틀린 문제도 반복해서 보라고 하죠.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을 하라는 건지, 언제쯤이면 반복 끝에 점수가 오르는 건지... 저...

  • 이다헌 멘토 / 연세대 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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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형 멘토 /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

     손으로 쓰는 것도 싫고 암기하는 것도 힘들면 이렇게 공부해봐  외우는 것도 힘들고 손으로 쓰는건 귀찮아서 공부 못하겠다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죠. 이런 친구들이라면 공부를 포기해야 할까요? 아뇨~ 멘토도 똑같았습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내신 경쟁이 치열 했던 곳이었지만 저는 학교장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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