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을 다시 본다고요, 지금 고3인데?

 

설은수 멘토(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수능이 불과 서너달 남은 7월,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얼마 전에 고3 학생이 멘토를 찾아왔습니다. 지금 수업을 시작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점수를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멘토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 학생이 평소 수학을 80점대를 받아왔다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그래 80점대라면 좀 더 잡아주고 노력하면 승산이 있겠다' 생각하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수업을 하다 학생의 답변이나 문제 푸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질문을 했더니, 딱 한 번 80점을 받은 적이 있고 평소엔 70점 언저리였습니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네가 어떻게 공부해왔든,

지금 네 점수는 개념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줘.

수능이 얼마 안 남았지만, 정석 개념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안 해도 괜찮아

 


 

개념을 모르면 문제는 풀리지 않아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 연습을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지라, 고3임에도 개념공부부터 다시 할테니 안 할거면 수업을 여기서 그만두자고 얘기를 했는데요.

학생은 하겠다고 했고 개념은 부족해도 성실하고 열의가 있는 친구라 정석을 개념서로 하여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개념서는 정석으로 보고 나서는 쎈 수학과 유형문제 연습은 건너뛰고 바로 기출문제로 들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고요.

 

하지만 기출로 들어갔다 해도 개념공부가 끝난 건 아닙니다.

 

저는 모든 학생들에게 "개념서를 다 봤으니 쏀 수학으로 넘어갈 건데 쎈 수학 들어가기 전 이 단원에 대한 개념을 정석에서 보고 풀어라, 그리고 오답이 나오면 오답도 다시 풀기 전에 개념서를 한 번 보고 나서 풀어라" 하고 시키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도 기출로 들어갔지만 개념서를 다시 들여다보도록 했습니다.

 


문제만 푸는건 공부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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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기출문제를 풀고 있는데 이상하더라고요.

쉬운 문제를 자꾸 틀리는 겁니다.

누가 봐도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개념을 몰라서 틀리는 거였습니다.

 

"개념을 다시 보고 있니?"

질문하니, 돌아온 대답은

"아뇨, 문제만 풀고 있었어요..."

였습니다.

 

이미 얘기했듯 문제를 풀기 전에 해당 단원의 개념서를 반드시 보고, 틀린 문제도 해당 단원 개념서를 무조건 보라고 했는데 안 보고 있었던 겁니다.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수학을 잘 못하니까 나하고 공부하는 거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

 

다행스럽게도 그 날 이 친구가 각성이 되어 개념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 문제를 풀기 전 개념서를 확인하고 복습을 철저히 한 결과....

 

놀랍게도 수능 수학에서 100점을 받는 결과를 얻은 겁니다.

 

문과 학생이어서 당시로는 수리 나형을 봤지만

고3이,

7월부터 개념서를 붙들고 공부한 결과가

수능 수학 100점이라는 것은

학생과 부모님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멘토 역시 놀라운 결과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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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귀가 닳도록 얘기를 들어왔을 겁니다. 저 또한 학생들에게 수없이 강조해온 부분이고요. 이 정도로 드라마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기에 여러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개념이 부족하면 수학 점수가 잘 나올 수가 없습니다.

수능이 아무리 수능이 임박했더라도, 수학 시험이 코 앞이라 해도 개념 공부를 등한시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를 많이 푼다고 실력이 쌓이고 점수가 오르지 않습니다.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그 '이유'를 자신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언제나 개념 속에 있습니다.

 

수학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개념의 기본기가 잡혀 있지 않아서입니다.

 

개념공부를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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