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엽 멘토(연세대 중어중문학)

 

 

기초가 바뀌면, 성적이 바뀝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 정말 기초가 바닥부터 무너진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가 잊지 못하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영어 5등급, “nose”도 몰랐던 중학생

 

처음 만났을 때, 그 학생은 중학교 2학년이었고 영어 성적은 4~5등급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nose(코)”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어휘력이 전반적으로 매우 부족했고, 기본적인 영어 문장도 해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electricity(전기)” 보고 "전자도시(electri+city)"냐고 묻는 학생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학생에게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는 것.

그 마음은 자존심으로 이어졌고, 자존심은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초등단어면 쉬운 거죠... 이건 내가 금방 외울 수 있어요!" 

저는 그 마음을 학습 에너지로 바꿨습니다.

 


초등 필수 단어 800개, 3주 만에 완벽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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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시한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초등 필수 영어 단어 800개 외우기.

 

처음엔 양이 많아 보였지만, 하루 40개씩 나눠서 외우기 시작했고, 약 3주 만에 전부 암기해냈습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만, 초등 단어라 알고 있던 단어가 70% 정도는 되었기에 무리는 없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동안 비어 있던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더 이상 초등 수준의 단어들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단어의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어 암기와 함께, 기초 문법도 병행해서 지도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없는데, 해석이 안 돼요”

 

어느 정도 단어를 알게 되자, 학생은 지문 해석도 ‘이제는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 느낌으로만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실제 수능 지문을 하나 보여주었습니다.

학생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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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단어는 없어요." 

"근데 해석이 안 돼요." 

 

 

그 순간, 학생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문장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없다는 것.

그때부터 학생은 과제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인식한 부족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적 변화: 52점 → 81점, 그리고 명문고 진학

 

이 모든 과정의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중학교 2학년 당시 내신 52점이었던 학생은, 고등학교 진학 직전 81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그 성적으로, 지역 최고 수준의 일반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점수로는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학교였지만, 그 아이는 해냈습니다.

부모님은 너무 놀라워했고, 지금도 근황을 전하며 저와 연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초는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실력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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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를 통해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됩니다.

기초가 부족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모든 실력의 출발점이라는 것.

영어든 수학이든, 기반이 약하면 그 위에 아무리 지식을 쌓아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학생은 ‘초등 수준’이라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자존심이 오히려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리고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건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섬세한 질문과,

그 부족함을 함께 채워주는 신뢰의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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