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얘는 뭐가 좋다고 웃어 (얘는 욕심도 없나) ? 시험 못 친게 속상하지도 않아 ? "

 


먼저 밝혀두지만, 오늘은 아이들에게 공부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엄마가 된게 죄’라고 한탄하는 어머니들, 시험 끝나고 속상한 어머니들을 위한 글이다.
특히, 중간고사가 끝난 해방감에다 이어지는 수련회,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을 보면 ‘왜 나만 걱정인거지?’
울컥 속상해지는 어머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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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한복판에 있는 D 중학교. 영수 학원은 기본, 국어와 과학, 사회까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이곳에 다니는 나리(중3, 가명) 어머니는 요즘들어 더 없이 바쁘다. 중간고사 결과를 보고 참담한 심정에 좋은 학원, 좋은 선생님 어디 없나 찾아보고 퇴근하면 상담받으러 다니느라 그렇다. 한편으론 ‘내가 직장맘이라서 아이를 잘 못 챙긴걸까’ 죄책감마저 들어 이렇게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분주한데, 정작 아이는 수련회때 입고 갈 옷만 고민하고 있다. ‘왜 너 잘되라고 하는건데 나만 불안해 해야 하는거지?’ 속상한 마음에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엄마의 불안감이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를 복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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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 주영이(당시 고1, 가명) 어머니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심리상담사였던지라 상담할 때 멘토도 적잖이 긴장을 했는데, 고민은 여느 어머니들과 똑같았다. 사춘기 딸이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엄마가 하는 말은 귀담아 듣질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엄마의 바람은 딱 하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영이는 학원 갔다 오면 공부 끝, 지금부터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기사 읽고 유투브에서 찾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수업 필기한 거라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문제라도 한 개 더 풀어보면 좋겠는데 수업이 공부의 전부다. “숙제 없어?” 라고 물어보면 마치 엄마를 위해서 해주는 것처럼 유세를 떨었다. ‘중간고사도 시원치 않았는데 저러다 기말고사 더 못 보면 어쩌려고’ 불안으로 타들어가는 엄마의 가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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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하고 관계까지 나빠지고 싶진 않은데 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져서...”

 

눈물이 나도록 마음이 복잡한 주영이어머니에게 내린 멘토의 처방전은 단순했다.
 

    “어머니, 주영이가 집에 오면 공부 얘긴 일절 하지 마시고 주영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얘기 물어보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주말엔 영화 데이트라도 하세요. 공부시키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공부에 대해서 궁금하신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시고요, 저도 제가 시킨 걸 집에서 제대로 하는지 넌지시 일러주세요. 야단을 쳐도 제가 치고 달래는 것도 제가 할게요. 집에서는 좋은 얘기, 즐거운 얘기만 나눠주세요”


    한마디로 멘토가 악역까지 다 맡겠다고 한 것이다. 멘토가 이렇게 얘기를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머니는 설득을 못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공부의 끝이 아니라는 것, 숙제 말고 자기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다시 짚어보는 공부가 없으면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학원을 보내는 이유, 과외를 하는 이유, 엄마가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서 아이를 납득시키기 보단 “해” “하지 마” 라는 당위성과 명령이 주가 되다 보니 ‘사랑하는 너의 인생이 좀 더 평탄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자녀에게는 ‘우리 엄마 또 시작이다’ ‘엄마는 맨날 점수만 갖고 뭐라 그래’ 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 멘토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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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운전연수받으면 필시 부부싸움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보다 급한 마음에 핸들을 홱 꺾어 버리거나, 소리부터 버럭 지르게 되다 보니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공부가 안 되는 자녀를 부모가 끼고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깝다 보니, 그리고 애정이 큰 만큼 기대치도 있다 보니 얼른 따라오지 못하는 자녀를 보고 감정이 앞서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복습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모 자식간에 공부 얘기를 하다 보면 “엄마는 또 점수만 갖고 혼내지!” “엄마 말 안 들어?” 하는 불필요한 감정충돌이 벌어져 소기의 목적은 물 건너 가버린다. 가까울수록, 그리고 애정이 클 수록, 아이가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고 또 어떤 땐 기다려주면서 냉정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만일 부모님이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최상의 멘토일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와 대화하며 길을 이끌어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멘토가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에 수많은 어머니들이 시험이 끝난 후, ‘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지’ 큰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학원과 과외를 바꾸는 것도 일종의 멘토,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멘토를 찾는 노력이다.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 수업, 목표가 생기도록 이끌어주는 선배,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선생님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 멘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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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얘는 뭐가 좋다고 웃어 (얘는 욕심도 없나) ? 시험 못 친게 속상하지도 않아 ? "   먼저 밝혀두지만, 오늘은 아이들에게 공부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엄마가 된게 죄’라고 한탄하는 어머니들, 시험 끝나고 속상한 어머니들을 위한 글이다. 특히, 중간고사가 끝난 해방감에다 이어지는 수련회,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을 보면 ‘왜 나만 걱정인거지?’ 울컥 속상해지는 어머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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