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질의응답 경험과 멘토로서의 방향성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자면, 친구들의 질문을 받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줄곧 저를 찾아와 물어보곤 했습니다. 남과 문답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단지 제가 전교권에 속하는 소위 '공부 잘 하는 애'였기 때문에 제게 모르는 문제를 들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게 물어보면 확실히 뭔가 얻어 가는 게 있다고 친구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설명을 할 때면 질문의 성격에 따라 나름대로의 구분과 체계를 두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질문의 유형을 개념이해에 관한 질문과 문제풀이 방법에 대한 질문으로 구분했습니다. 개념에 관한 질문은 해당 질문을 우선 큰 주제부터 구조화하여 큰 뼈대를 잡아준 후 질문한 친구에게 스스로 설명해보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뼈대에 살을 붙여 세부내용과 주요 출제포인트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문제풀이의 경우에는, 질문을 받더라도 절대로 제가 먼저 나서서 모든 풀이를 해설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방식의 설명은 사실상 답지를 보고 읽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답안의 내용만 알려주면 친구는 본인이 틀린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잘못 접근하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풀어야 하는 게 수학 문제라면 우선 그 친구가 문제를 푼 풀이과정을 제게 보여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우선 풀이 과정 속 오류가 있는 부분을 찾은 후, 그 부분을 바로 짚어주기보다는, 관련 개념에 대해 친구에게 다시 질문하였습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 문제를 틀린 것은 실수거나 우연이므로, 자세한 수학적 접근법과 계산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풀이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반대로, 해당 개념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시 관련 공식을 암기한 후 다시 오답풀이를 해볼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른바 친구들의 지식의 정도를 가늠하며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만약 제가 단순히 친구들의 ‘답안지’가 되어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만 했다면, 저도 더욱 답해주기 편리할뿐더러 소요되는 시간도 훨씬 적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일차적인 효율이 아닙니다. 흔히들 생각하기를, 내가 뭔가를 '몰라서' 틀린다고 생각하지만, 더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몰라서' 틀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가 대부분 틀렸던 문제를 또 다시 틀리게 되는 것은, 해설지를 보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현재 본인한테 있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혹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멘토링과 학습지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개인의 학습내용과 성적, 습관 등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한 가지의 정해진 길이 아니라 학생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정답을 따르길 강조하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자기가 뭘 모르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역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신념하에 교육 봉사활동과 다수의 과외 지도를 해왔습니다.

 

여러 학생을 지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게끔 지도합니다.

 

  제가 수학을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인 아영이(가명)는 여러 문제를 많이 풀어왔지만 암기식 문제풀이만을 지속해와서 4등급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오던 학생이었습니다. 기존에 암기식, 기계식 풀이가 익숙해져 있어서, 조금만 사고력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손을 쓸 바를 몰라서 곤란해 했습니다. 애초에 어떤 개념과 식을 사용하여 풀이를 할 지 몰랐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양치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문제풀이를 해나가는 데 집중하여 지도했습니다. 우선 문제집에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학습 노트에 모든 풀이과정을 적게 하였습니다. 숙제로 내 준 문제들의 풀이과정을 확인하며 부족한 개념을 다시 설명해주었고 잘못 접근한 부분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풀이하였고 접근했는지 직접 설명해보게 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문제에서 물어보고자 하는 내용, 그에 적합한 수학적 개념, 해당 개념과 공식 등을 활용한 풀이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본’을 탄탄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아영이가 처음 접하는 문제 유형도 스스로 개념을 응용해 풀어낼 수 있도록 지도하였습니다.

 

 

또, 제가 지도했던 학생 중 하나인 다현이(가명)는 예술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전공 특성상 국어와 영어 성적은 중요했기에 영어에서 좋은 점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기본기를 다지는 것부터 집중하며 우선 집중적인 단어 암기를 시작했습니다. 영어공부에서 단어는 전쟁터에서의 총알과 같기 때문입니다. 기초 영단어부터 시작해서 EBS교재와 모의고사 영단어를 매일 반복하여 암기하도록 지도했습니다. 듣기의 경우, 무조건 만점을 목표로 하였으므로 단순히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이 아닌, 지문을 직접 받아쓰도록 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들리지 않거나 모르는 어휘도 잡아낼 수 있었고 듣기 문제의 어느 부분에서 함정을 유도하는 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영어 문제풀이의 감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문제집의 문제를 유형별로 발췌하여 모의고사식으로 제작한 후, 시간 제한을 두고 풀이할 수 있도록 연습하였습니다. 특히 문법 문제의 경우, 문제에 등장한 주제 및 개념별로 비교 설명해주어 헷갈리거나 함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집중했습니다. 저와 다현이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다현이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아 목표하던 대학교의 피아노학과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개별 과목의 학습 지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핵심 습관을 만드는 데 ‘66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66일,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물며 하기 싫은 공부를 66일씩이나 해야 한다니, 이처럼 공부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꾸준함과 주변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간은 한정 되어있기 때문에 매번 공부할 수 있는 학습 시간을 확인하고 이에 기반한 학습 계획을 꾸준히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는 ‘일일계획표 작성’을 지도해왔습니다. 계획적인 공부습관을 들임으로써 한정된 공부시간을 분배하여 활용하고, 가시적인 학습량도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공부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끔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어릴적부터 막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잘했던 것은,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많아지고 싶어서였습니다. 이처럼 인생을 바꾸는 데는 생각보다 큰 동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작은 동기로도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작은 칭찬들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질책보다는, 잘하고 있는 부분과 작은 성과 하나하나를 캐치해내어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따뜻한 멘토로 다가가겠습니다. 학습 내용을 알려주는 과외지도를 넘어, 학생 개개인에 적합한 공부방법과 방향성을 잡아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태도를 이끌어냅니다. 

제목
설은수 수학 멘토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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