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의 원동력: 성공의 경험과 내적 동기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졸업을 앞둔 멘토 오찬미입니다. 멘토로서, 그리고 또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부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저는 동덕여중과 언남고를 나왔는데, 이 6년의 과정에서 제 나름의 시행착오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공부를 아예 안 할 때도 있었고, 책만  읽을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기도 하는가 하면 벼락치기로 시험에 임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 나름의 효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공부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습멘토로서 그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왔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성공의 경험'을 맛보는 일,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적 동기를 추진하는 일입니다.
 제가 자란 환경은 공부를 강요하는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예체능을 전공하는 언니가 두 명이 있었고, 그 영향인지 집에서도 공부에 열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해서, 하루종일 앉아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 덕인지 국어 성적은 달리 공부를 하지 않아도 늘 좋은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꽤 좋은 성적을 받아가며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사립 동덕여자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애당초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 당연합니다.
 묘하게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제법 들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평범한'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사춘기였을까요, '평범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후로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늘 자신있었던 영어와 국어는 부담없이 시험기간에 준비를 했고, 그 외의 과학, 사회, 역사 등의 과목은 학교에서 나가는 진도를 누적식으로 암기했습니다. 3~4일마다 그때까지 나간 진도를 암기한 뒤 백지에 기억하는 내용을 전부 쓰고, 암기한 내용을 또 누적하여 백지에 써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백지에 써서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적은 천천히 올랐습니다. 그렇게 중학교의 마지막 기말고사 성적을 전교 11등으로 졸업하였습니다.
 제 삶의 방향을 바꾼 유의미한 에피소드가 뭐냐고 묻는다면,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이후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부르신 일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정말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이지만, 공부를 향한 제 내적동기를 자극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입학 이후 첫 시험성적이 나오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부르셔서, 제 성적이 전교 1등이라며 앞으로 공부를 계속 더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예상하지도 못한 높은 성적을 듣고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마구 샘솟았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교 1등' '명문대 진학' 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기대감은 저로 하여금 더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절대 졸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를 꼬집으며 잠을 깼습니다. 자습 중에 좋아하는 다른 학교 오빠가 생각날 때는 혼자 머리를 쥐어박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습니다.
 심리학과 진학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며 문과로 진학을 결정했고, 꾸준히 노력해여 3학년때까지 문과 1등을 유지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 날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인 이과1등 친구와 둘이 나란히 학년대표 시상을 받았습니다.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는 가풍에서, 공부에 큰 관심도 없던 제가 마음을 다잡고 치열한 내신경쟁 속에서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공부를 잘 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추동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에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미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능검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무작위로 선발한 20% 학생들의 명단을 담임교사에게 넘겨주었고, 담임교사는 '고지능자'로 선택된 아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사실은 무작위로 선택됐을 뿐인 20%는 실제로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했을 때 점수가 올랐습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학생에 대한 교습자의 기대와 격려가 아이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을 취해 해석해보고 싶습니다. 이야기속 아이들은 그 진위와 상관없이,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과 지능검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경험이 있음을 “인지” 하기 때문에, 자신의 학업적 지위를 최소한 유지하고 향상하고 싶은 내적동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동기가 나중의 지능검사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끔 했을 것입니다.
 이른바 '동기부여',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가능케하는 유인을 생성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성적 향상에 따른 보상, 성적 하락에 대한 꾸짖음, 특정한 학과와 좋은 대학교에 대한 열망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유인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보상? 배보다 배꼽이 커질 뿐입니다. 꾸짖음? 도리어 의지를 꺾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 '대학이 뭐가 중요해' 하고 포기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지속적인 자기주도적 공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내적인 동기입니다. 아무리 졸려도 잠을 이겨내고, 달콤한 휴식, 게임, 유튜브보다 더 중요한 하루 일과가 있음을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내적인 동기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성적이 오르는 경험은 학생에게 지속적인 원동력을 줍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얼떨결에 전교1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는, 2등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3년동안 지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서 전교 1등을 유지했습니다. 
 '나는 안 될 거야'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학생들이 제법 있습니다. 이 생각의 위험성은, 일단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면 자기파괴적인 순환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성적이 오른 경험을 아는 학생이 내적인 동기의 추동을 받듯, '나는 안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하는 학생은 스스로를 좀먹습니다. 저는 이런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하는 멘토입니다.  학생 스스로의 내적 동기만으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수 있을 때가지 동행하는 멘토입니다. 

 

2. 세부 영역별 공부법


 2-1. 먼 미래는 대충, 그러나 가까운 미래는 꼼꼼하게! : 계획표 짜는 방법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계획짜기입니다. 시험까지 2~3주 전, 시험기간모드에 돌입하고 가장 먼저 '시험 3주 전까지는 어떤 과목을 N회독하고, 프린트 빈칸뚫기는 2주 전쯤에 만들어놓고, 예상문제는 1주 전에 만들어놨다가 해당 과목 시험 2일전에 풀어야지’는 등의 대략적인 계획을 짜둡니다. 먼 미래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은, 사소한 계획의 변화가 전반적인 공부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계획을 반복해서 수정하다 보면 좌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계획이 유명무실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계획한 것 100%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 대해 대략적으로 스케치하듯이 계획을 짜는 것은, 학습방향의 전반적인 틀을 잡고 지속적으로 스스로 긴장감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웁니다. 더불어, 앞으로의 시험기간마다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로 가득한 공구함(toolbox)이 생기는 것입니다. 
 큰 계획을 짠 뒤에는 학교에서 나가는 진도에 맞춰 매일매일 공부할 내용을 데일리플래너에 적었습니다. 하루하루의 플래너를 작성한 뒤에 실제로 계획대로 실행할 때 중요한 것은 실행의 순서가 아닌 실행의 여부입니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숙해진 ‘몇 시까지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방학계획표 식의 플래너보다는, 체크리스트 형식의 플래너가 학습에 더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작성한 데일리플래너는 하루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누적될 수 있도록 제대로 다이어리와 같은 형식을 갖추어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계획하고 실천한 플래너를 보관하면 지난 2-3일 간의 플래너를 보고 과목 간의 공부량을 균형을 맞출 수 있고, 하루하루 알차게 쌓인 지난 날의 공부계획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입니다.


2-2. 내가 선생님이라면? : 예상 문제 만들기
 저는 시험기간이 임박했을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언급하시는 것들 중 조금이라도 중요하다 싶은 것들은 포스트잇에 적어 책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렇게 50분의 수업이 지나면 교과서에는 8장 이상의 포스트잇이 붙게 됩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생긴 추가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교과서나 나만의 단권화된 노트에 다시 옮겨 적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순간 해당 단원에서 유독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와닿게 되는데, 그렇다면 서술형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올라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관점, 다시 말해 출제자의 관점을 취하면서 문제를 예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헷갈리는 개념에 대한 객관식 문제들, 내가 선생님이라면 낼 것 같은 서술형 문제와 그에 대한 완벽한 답변도 교과서와 유인물 등으로부터 찾아내 미리 예상 문제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익힌 뒤 스스로 예상문제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서술형 문제들이 두렵지 않았고, 실제로 고등학교 3년동안 서술형에서 주변친구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2-3. 배우는 것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 수학 인강 효율을 극대화 하는 방법
 똑같은 인강을 듣고 공부를 해도, 왜 어떤 학생들은 문제에 적용하여 활용을 잘하고 어떤 학생들은 인강을 들은 효과가 없을까요? 저는 이에 대해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지 여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수학에 자신이 있던 저는 시중에 나온 교재를 통틀어 가장 어렵다는 현우진 강사의 [드릴]이라는 책을 풀었습니다. 호기롭게 책을 구매한 마음과는 다르게, 푸는 문제의 거의 70%를 틀려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가 어렵다고, 많이 틀렸다고 포기하는 대신 저는 책 한 권을 붙잡고 집요하게 늘어졌습니다. 그렇게 책 전체의 내용을 정말 꼭꼭 씹어 소화해낼 때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3개월의 시간 덕분에 저는 수능에서도 수학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학 인강을 들을 때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동영상 속 강사들의 풀이를 받아쓰고 노트에 정리하는 것은 자신이 문제를 푸는 게 아닙니다. 인강을 수강하기에 앞서, 스스로 난생 처음보는 문제에 노출되어서 자신이 선지를 읽고, 최소한 자신의 머리로 어떻게든 풀이방법을 시도해봐야 합니다. 답이 맞았든 틀렸든, 논리가 맞든 틀렸든, 확신이 들지 않았던 풀이가 운좋게 맞았든 말든 상관없이, 인강 강사의 풀이에 노출되기 전에 자신이 문제를 먼저 풀어보아야 합니다. 머리를 예열시켜 배울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인강에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 강사의 색다른 풀이방법을 익혀보기도 하고 자신의 풀이과정에서 논리의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을 거치며 학습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동일한 인강을 들어도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수학 인강에 국한하여 말했지만 사실 이는 모든 학원, 과외 등 모든 교습 행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만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필기하는 내용을 따라 적을 뿐인 수업은 공부가 아니라 받아쓰기에 불과합니다. 수업과는 별개로 혼자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목
설은수 수학 멘토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 File
  • 오찬미 멘토 /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졸업 / 언남고, 동덕여중 졸업

    1. 공부의 원동력: 성공의 경험과 내적 동기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졸업을 앞둔 멘토 오찬미입니다. 멘토로서, 그리고 또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부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저는 동덕여중과 언남고를 나왔는데, 이 6년의 과정에서 제 나름의 시행착오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공부를 ...

  • 김예원 멘토 /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치의학대학원 본과에 재학 중인 김예원 멘토입니다. 반갑습니다. 주로 수학과 과학탐구를 지도하며, 과탐에서 특히 자신 있는 것은 화학과 생물입니다. 5년차 멘토의 노하우: 내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멘토링 어느덧 10대 학생들을 꾸준하게 가르친 지도 5년째입...

  • 김현우 멘토 / 서울대 언어학과, 노어노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한 멘토 김현우입니다.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당장에는 성적이 나빠 보이지 않더라도,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항상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고교 재학 중에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

  • 박지현 멘토 / 서울대 미학과 졸업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1학년 내신 점수는 서울대학교 입학을 꿈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수학 성적이 말썽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열심히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에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불안감이라는 감정에 휩쓸려 저의 가능성을 저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

  • 이경화 멘토/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졸업

      학창시절 질의응답 경험과 멘토로서의 방향성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자면, 친구들의 질문을 받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줄곧 저를 찾아와 물어보곤 했습니다. 남과 문답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단지 제가 전교권에 속하는 소위 '공부 잘 ...

태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