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언어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한 멘토 김현우입니다.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당장에는 성적이 나빠 보이지 않더라도,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항상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고교 재학 중에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들고, 점심시간에 깨서 밥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다시 자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기에 밤에는 글을 쓰느라 잠이 모자라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외견상 공부에 열심이지 않은 제가 상대적으로나마 훌륭한 성적이 나온다는 점을, 어떤 동급생들은 제법 의식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왔고 또 서울대를 졸업했습니다. 재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도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드물지 않게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했으니 굳이 감출 일은 아닌 듯합니다. 너무 제 자랑만 늘어놓았나요? 자랑이 맞긴 하지만, 이는 한편 부끄러운 자기 고백이자 서늘한 경고의 서언이기도 합니다. 기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래에 있습니다. ‘그냥 똑똑하게 태어나서 뭐든 쉬웠어요’ 하는 식의 자랑이 아닙니다. 소위 ‘머리 좋은 애’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똑똑하기 때문에, 입시나 공부에 있어서 어려움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머리 좋은 애’들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처럼 천재적으로 똑똑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천재는 멘토가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저와 같이 어중간하게 머리가 좋은 아이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왜 이렇게 수학 성적은 안 나오지?’: 단기 보상의 중독성과 똑똑한 학생들의 딜레마〉

 

비록 자존심 때문에 티를 내진 않았으나, 고등학교 3년 내내 제게는 수학에 관한 두려움과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내신에서든 모의고사에서든, 제가 가장 낮은 성적을 받는 과목은 수학이었습니다. 수학 사교육도 받고 나름대로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기도 했지만 수학만은 제가 바라는 대로 성적이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성과가 돌아오지 않으니 의욕이 한풀 꺾였습니다. 수학은 점점 더 버겁게 느껴지고, 수학 공부에 시간을 쏟기가 더 싫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제 문제의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해서 노력하기 싫어졌던 게 아니라, 쉬이 성과를 내는 데 길들여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수학이 아닌 다른 과목에서는 대부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국어나 영어 지문을 읽으면 별 고민 없이 바로 정답이 보였고, 윤리나 한국사 교과서는 몇 번만 읽으면 본문에 나온 내용이 머릿속에서 척척 정리되었습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게 바로 문제의 원인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서, 제대로 노력하는 능력이 점점 퇴화되고 있었습니다.

노력도 능력입니다. 보잘것없던 애송이가 피나는 노력 끝에 정점에 도달하는, 진부한 소년만화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똑같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학생 때는 더더욱 노력의 가치가 값진 것이 되기도 합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 사람의 잠재력이 평가받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노력도 재능이다’ 같은 말도 있을까요.

어쨌든, 저는 이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적어도 수험 생활 중에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짧고 쉬운 노력으로, 단기적인 보상을 얻는 데 탐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수학은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몇 번씩이나 보고, 기출문제도 숱하게 풀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시도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노력이라는 것을 해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그 순간부터, 수험 생활, 대학 생활,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법을 길러왔습니다.

제 경우에는 수학이었지만, 불편하게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과목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워낙에 천재인 까닭에 어느 영역에서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수험생이라면 제 도움이 필요할 까닭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할 만한데, 누군가에게는 유독 국어가, 유독 영어가, 유독 물리가 해결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이제는 제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자 합니다.

 

첫째, 공부란 원래 쉽고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나올 때까지 힘겹고 반복적인 훈련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둘째, 무심코 이쯤 했으면 기대하는 성적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하고 있으니, 제풀에 지쳐 힘든 훈련의 과정은 더더욱 피하고, 원하는 결과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 싫고 힘든데 어떡하라고!’: 해답은 섬세한 멘토링을 통해, 건설적인 단기 보상의 사이클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렇게 말씀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 싫고 힘든데 어떡하란 말이에요!’ 네, 상당히 정당한 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왜 싫은 걸까요? 또 왜 힘든 걸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공부나 입시에 대하여 반감 외에 있는 것이 없거나 관심이 전무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아예 하기 싫은 것도 아닌데, 대관절 왜, 무엇이 싫은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은 다른 데에서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노력을 쏟지 않은 것도 아닌데, 성에 차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멘토로서 학생들을 돕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마지막에 서울대를 가니, 전교 1등을 하니 하는 식으로 대단한 성과가 기대되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게 사람입니다. 설령 어떻게든 용기를 끌어모아 길을 떠나더라도, 중간에 주저앉아 버리기 십상입니다. 특히나 빠르고 쉽게 성과를 내는 데 익숙해진 ‘똑똑한’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솔루션은 간단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우직하고 끈기 있는 품성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노력하는 법을 잊은 똑똑한 아이들에게 더더욱 중요한 품성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런 품성을 기르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간단합니다. 단기 보상에 길들여진 뇌에게 얼마든지 단기 보상을 쥐여주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의 단기 보상은 성적이나 실력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와 계획들이라야 합니다. 매일, 매주, 매월의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고, 이 작은 성취들이 일정한 방향성으로 누적되면 한 번의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만족스러운 성적들이 또 누적되면 성공적으로 입시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눈덩이 굴러가듯 크고 작은 성취들이 누적되면서, 아이가 희망하는 진로로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순탄치는 않을 것입니다. 나날이 힘들고 싫증이 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애물들을 적절한 단기 보상들로 상쇄함으로써,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꾸준한 노력이 가능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과연 정말로 가능할까요? 수험생 혼자서는 어렵더라도 멘토와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꾸준한 단기 보상 사이클을 만들어주는 멘토>

 

 많은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어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자.’ 아니면 이러한 말도 흔한 수사입니다. ‘아직 서울대에 가기 늦지 않았습니다.’ 물론 어떤 학생을 상대로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수사들로 동기부여가 되고 또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는 학생이라면 어차피 1등급이나 서울대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학생일 가능성이 큽니다. 달리 말해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제시한다고 성적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이제 겨우 1kg짜리 아령 두 개를 사온 사람에게 역도 국가대표에 도전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꿈의 크기를 축소해야 하겠습니까? 아니요,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장미란 선수도 어릴 적 언젠가 난생처음 1kg 아령부터 들기 시작했던 날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의 장미란 선수에게 ‘합계 326kg을 들어 올려 세계 신기록을 세우자!’라고 곧장 말할 사람은 없었겠지요. 적합한 코칭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 1kg 아령을 하나씩 두 손에 쥐고, 가슴 높이까지 다섯 번 들어올려 보자.’

 

 학생이 충분히 해낼 수 있되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늘려갈 수 있는 작은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옆에서 그것을 보조하는 것, 이것이 제 멘토링의 방식입니다. 1kg 아령을 다섯 번 들어 올리는 일이야 웬만해선 누구든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랬던 것이 다음에는 1kg 아령 다섯 번 들어 올리기 두 세트가 되고, 세 세트가 됩니다. 이어서 아령이 2.5kg으로 늘어나고, 10kg으로 늘어나고, 어느덧 벤치프레스를 시작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게 되어 있겠지요.

 학습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뜸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자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오늘은 개념서를 읽고 연습문제 세 개 풀기, 내일은 연습문제 다섯 개 풀기, 모레는 틀린 문제 복습하기, 주말 동안 모의고사 기출문제 스무 개 풀어보기…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일주일 동안 수학 문제 백 개를 풀어오라 하기보다는 매일 수학 문제를 스무 개씩 풀도록 하는 일이 학생의 성취감에도, 실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멀리 떨어진 목표를 제시한 뒤 학생이 지쳐 나가떨어지도록 방치하는 멘토가 아닙니다. 저는 학생을 한 발짝씩 이끌며 처음에는 학생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인도하는 멘토입니다. 단기 보상의 건전한 사이클이 완성되어 있을 때, 학생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노력하는 법을 터득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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