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담임 멘토 이정현입니다.

 

 

지속 가능한 공부의 조건: 공부를 해야 할 이유


고등학교 3학년, 저는 꿈꾸던 전공을 포기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 9월까지 미대를 준비하다 진로를 틀어 철학과를 지망하게 된 것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쭉 미술을 좋아했음에도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유는, 돌이켜 보면 단순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한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왔던 것이,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성적이 괜찮게 유지되던 편이었기에, 실력이 모자라더라도 비실기전형이 있는 대학에 지원하는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원치 않았습니다. 좋아서 그림을 그렸는데, 슬럼프에 빠지고 나니 더 이상 그림 그리는 행위가 즐겁지 않았습니다. 미대를 가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란, 좋고 싫음 어느 쪽일까요? “공부하기 싫다.” 상위권 학생들의 입에서도 이런 말은 쉽게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다수의 학생이 싫어도 공부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에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싫어도 해야지”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뿐 아니라 누구라도 되묻게 됩니다. “왜요?”
저는 그 의문문에 얼마나 많은 답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학생의 꾸준함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 경우, 이유는 ‘미술이 좋아서’ 하나였습니다. 구체적인 목표, 주변의 지지, 심지어 진로 계획조차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나뿐인 이유가 흐릿해지니 더는 노력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미술 입시생들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얻은 교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꾸준한 이가 살아남는 입시에서, 노력할 이유가 적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입니다.

 

 

학생이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저는 자기주도학습을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에겐 수능수학 가/나형 선택으로 선생님과 갈등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수학 성적이 애매했던 이과 친구는 가형에 응시하길 원했고, 선생님은 나형 응시를 권유하셨습니다. 친구는 최종적으로 가형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친구가 선생님의 조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랐다면, 그래서 시키는 대로 나형을 공부했다면 어땠을까요? 결과를 따지기 이전에, 저는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선택지보다 소신대로 노력한다는 선택지가 훨씬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을 코앞에 둔 학생이 예시라서 공감이 어려우신 부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진로 선택은 어떨까요? 집안에서 원해서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이 어른들의 권유로 탐구과목을 정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전교1등을 노립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합니다. 그런 학생이 있다면, 저는 그 학생을 우리 사회가 원하는 자기주도학습형 인재로 봐야 할지 잠시 고민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희망하시는 직업이나 목표가 잘못되었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것만큼, 학생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알고 있습니다.  
공부할 동기,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이 찾아낼 때 더 큰 빛을 발합니다. 선생님이 시키니까, 혼나지 않기 위해서 같은 이유들보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으니까’로 끝나는 이유들이 효과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학생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학생을 도와주는 일, 이것이 제가 학교나 학원 선생님이 아닌 ‘멘토’이기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학생을 잘 알게 되는 것,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병렬로 연결된 전구처럼, 빛이 꺼지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부하기 싫어도,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져도, 자신의 진로에 회의가 들어도 수능 공부는 놓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학생의 꾸준함을 돕고 싶습니다.

 

 

실력은 ‘아는 것’에서 나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어찌 보면 흔한 말입니다. 공부가 적은 아니지만, “공부 대상을 알고 나 자신을 아는 것”으로 말을 바꿔 보겠습니다. 저는 이 말이 학습에서의 필승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공부할 대상을 알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부하게, 또는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첫째, ‘안다는 건 무엇인가?’
둘째,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부의 대상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의 대상이 있을 때 학습자는 대상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와 응용은 문제풀이와 암기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먼저 문제를 아는 것과 문제 푸는 방법을 아는 것은 별개입니다. 문제 푸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 푸는 방법만 알고 문제가 왜 이 개념을 요구하고, 다른 유력한 답이 왜 아닌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온전하게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조건입니다. 저도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해지면 자주 잊게 되었던 것이 ‘왜 이 문제를 이렇게 푸는지’ 생각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풀이방식은 정해져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그 때문에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고3 10월 모의고사를 봤던 때가 생각납니다. 문제 유형이 보편적인 출제 경향과 달랐고, 하던 대로 풀면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낯선 문제들이었습니다. 수학 1등급 컷이 일반적으로 92점이던 때, 해당 모의고사의 수학 1등급 컷은 원점수 81점이었습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개념과 문제를 계속해서 연결 짓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내용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처음 필기한 책을 보면 이미 읽은 부분이기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체 내용 안에서 그날 배운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그 내용을 나중에 봐도 이해가 잘 되려면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한 경우는 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정리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한 파트가 끝날 때마다, 대단원이 넘어갈 때마다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내용이 위치하는 지점과 전체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됩니다. 충분히 익혔다면, 이번에는 요약만 보고 전체 내용을 풀어나가는 훈련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학습자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공부의 이유를 아는 것을 포함합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약점의 해결책까지 알게 되면 최선이겠습니다. 그 말은 즉, 자신에게 최적인 공부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예전부터 사람의 강점을 잘 발견하는 편이었고, 어찌 보면 단점, 약점인 것들도 공부를 할 때 이용하곤 했습니다. 자신의 원래 성격과 습관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자랑을 좋아합니다. 공부에 도움이 안 되는 단점들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여주기식 공부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특징들입니다. 하지만 잘 다듬어 사용한다면 자존심이 강한 것은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고 다시 같은 부분에서 틀릴 일 없도록 복습을 반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자랑을 좋아할 때는 자랑할 만한 성적을 받도록 노력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오늘을 열심히 보낸 나에게 도취된 것처럼 스스로를 칭찬해주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다듬어 유용하게 만드는 과정은 제가 학생들에게 꼭 전수해주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학생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멘토가 함께합니다

 

저는 멘토의 역할과 지도 의무가 기본적인 공부 방식 지도와 함께 학생을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재들의 공부법을 담은 책, 유명인의 강의나 강연이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럿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현재 아이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하지는 못합니다. 멘토는 그 ‘제공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생의 현재 위치, 성적의 향상 정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 함께 달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인 제가, 멘토로서 함께하겠습니다.

 

 

이정현 멘토의 영어 공부법: http://www.mentor.or.kr/board_MmLQ62/10825

 


 

제목
설은수 수학 멘토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 File
  • 조성지 멘토 /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안녕하세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담임 멘토로 활동하는 조성지입니다.  사범대에 있으면서 교육을 전공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가 적잖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생활, 대학생활을 거치며 또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을 만나왔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볼까합니다.   장기...

  • 이정현 멘토 / 고려대 철학과 졸업

    안녕하세요. 담임 멘토 이정현입니다.     지속 가능한 공부의 조건: 공부를 해야 할 이유 고등학교 3학년, 저는 꿈꾸던 전공을 포기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 9월까지 미대를 준비하다 진로를 틀어 철학과를 지망하게 된 것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쭉 미술을 좋아했음에도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유는, 돌이켜 보...

  • 김승현 멘토 /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09학번,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11학번

      연세대학교 전기 전자공학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닌 멘토 김승현입니다.   지난 십수 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데 있어 저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교육 외의 경험도 다채롭게 쌓았다는 점입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학원조...

  • 권소현 멘토 /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심리학과 졸업

        안녕하세요, 분당영덕여고를 졸업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한 권소현 멘토입니다.   학생은 곧 과거의 저 자신입니다   멘토로서의 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제가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먼저 말해야 합니다. 학원에서 일할 때는 한 번에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을 상대했습니다. 3명으로...

  • 원지수 멘토 /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졸업 / 압구정고 졸업

      안녕하세요, 압구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스포츠 응용산업학과 멘토 원지수입니다. 지난 몇 년간, 열 명이 넘는 서로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지도해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새로이 배우고 느낀 것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중,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멘토로서 아...

태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