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능력의 핵심, '읽기 능력' : '읽기' 란 무엇인가?

십수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를 가르치고 또 관리해오며 느낀 바는, 실로 많은 아이들이 읽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읽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한글을 누가 못 읽어요?' 하고 반론할 수도 있겠습니다. 글자를 못 읽는다는 게 아닙니다. 글을 정확하고 빠르게, 구조적으로 읽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어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대개 읽기 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읽기 능력을 중장기적인 지도와 관리를 통해 배양해 내는 것이 국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읽기 능력은 단기간에 계발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글에 지레 겁을 먹어 피해오거나, 글을 구조적으로 읽지 않는 버릇이 축적된 소산으로서, 읽기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면,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매일매일의 꾸준한 읽기 훈련. 둘째,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읽기 훈련.

매일매일의 읽기 훈련 -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성이다

매일 매일의 읽기 훈련은 <매3비>와 같은 교재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게끔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꾸준히' '매일' 3~4개 가량의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국어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학생들이, 국어 공부법을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봅니다. 문제는 '시도'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한 가지 방법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히, 매일 학습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우선 아이들이 국어 지문, 특히나 생소한 개념과 표현이 등장하는 경제나 과학 지문들을 매일 매일 꾸준히 일정 분량을 읽게끔 하는 것입니다.

한편, 이렇게만 학습을 진행하면 학생들은 '문제 풀이'에만 천착할 뿐 실로 '읽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 학원, 인터넷 강의 등에서 수업을 들으면, 읽기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글의 내용을 선생님이 분석한 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문학 영역에서 더 부각되기 십상입니다. 시어에 밑줄을 긋고, '이 시어는 무슨무슨 의미를 가졌다' 하는 수업 내용을 달달 외우는 재미 없는 공부 방식에, 아이들은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읽기 훈련 -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구조적으로 독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글을 읽고,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문은 무엇인지, 문단별로 핵심이 되는 주장이 무엇인지, 글 내에 어떤 개념이 등장하고 있고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몇 차례 보여주고, 학생에게 위와 같은 분석적 독해를 해보게끔 시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로, 작품의 주제와 소재, 표현상의 특징과 구성 등을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포착하고 표현해보도록 지도합니다.

애초에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글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읽는 것에 어색함을 보입니다. 소위 말해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읽기 능력이 체화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듯, 같은 사고방식을 반복하는 것도 습관이 됩니다. 이렇게 분석적인 읽기가 습관화 되면, 읽기 능력은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어 있습니다. 국어 시험 성적은 그야말로 읽기 능력에 부수적입니다.

#CASE : 5등급 → 1등급으로의 성적 향상, 9개월 간의 노력

위와 같은 지도가 가장 오래 걸린 학생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이 학생은 처음 만났을 당시 5등급 정도의 국어 성적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는 1~2등급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 학생의 경우 대개의 학생들과 비슷했습니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국어 읽기 훈련을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고난도의 비문학 독서 지문, 특히나 과학 기술 지문을 어려워 했고, 문학에서는 현대 문학을 특히 어려워 했습니다.

이런 학생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학생에게 반복적으로 지문 분석 훈련을 시켰습니다. 이것을 매일 반복했습니다. 아래는 학생에게 실제로 문학 작품 분석을 목적으로 전달한 안내서와, 학생이 꾸준히 제가 지도하는 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매일 점검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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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지문을 분석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담았다. 이 가이드에 따라 아이가 지문을 분석하게끔 하고, 이를 첨삭하는 형태로 국어 학습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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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국어 학습 플랜을 문자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습(좌) 그 관리에 따라 학생이 지문을 직접 정리하고 분석한 사진을 보내왔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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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국어 지도와 관리가 이루어지며 학생이 찍어 올린 사진들이다. 화면이 작아 잘 보이지 않아도, 우측으로 갈수록 메모와 필기가 정돈되어가는 것이 눈으로 보일 것이다.

 

이 학생이 읽기 능력을 기르고 국어 성적을 올리는 데 9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3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고등학생에게 9개월은 비교적 긴 시간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학생이 제가 지도한 학생들 가운데 가장 더디게 읽기 능력을 향상 시킨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학생의 읽기 능력 계발이 더뎠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학생이 국어를 잘 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국어를 잘 하고 싶었던 아이는 이런저런 인터넷 강의, 공부법, 문제 풀이법 등을 참고하며 국어 문제 풀이를 하는 데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 등지에서 아무리 좋은 문제 풀이 방법과 팁을 참고하더라도, 학생 본인이 글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문학과 문학 작품만 마주치면 지레 겁을 먹는 태도도 학습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었지요. 물론 각종 강의에서 알려주는 국어의 방법론적인 접근은 분명 유용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그것을 활용할 준비가 덜 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진정으로 학생과 유대하기를 희망합니다.

심리 상담, 교육학에는 라포(rapport)라는 용어가 널리 쓰입니다. 환자와 의사, 선생과 학생,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심리적인 유대관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제가 교육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라포의 형성입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공부와는 별개로 문제거리들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 좌절감, 무능감, 회피 심리 등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저 또한 학창시절에서부터 겪어온 문제들이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이겨내왔고 이겨내야 할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며 학생들이 겪는 이런저런 문제거리들을 경청하고 저 나름의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이가 우리 얘기는 잔소리로 생각하는데,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 게 너무 신기해요." 실로, 선생을 신뢰하고 유대감을 쌓은 아이들은 '잔소리'조차도 경청합니다. 신뢰 관계와 유대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되라지' 하는 가벼운 무관심도 아니고, 부모님이 아이에게 주는 사랑 같은 지대한 관심도 아닌, 그 사이의 중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경우 아이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에, 오히려 아이들과 진정으로 유대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국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나머지 되레 효과적인 국어 공부를 하고 있지 못하던 아이처럼 말이지요. 부모님들은 대개 아이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대단한 한편, 뭔가를 '내려놓는' 일을 어려워하십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하루빨리 잘 공부하고, 잘 배우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급해지는 까닭입니다. 그리하여 아이를 위하는 말들이 하나같이 '잔소리'가 되어버리고, 아이는 귀와 함께 마음도 틀어막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유대하기 위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란 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에게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급한 마음을 숨기고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아이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게 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아이들과 진정으로 유대할 수 있기를, 저는 바랍니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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