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공부법조차도 학생들이 잘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수학의 기본 같은 것이라, 학생들을 지도할 때 반드시 신경을 써서 확인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놓치기 쉬운 수학 공부법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메타인지를 위한 오답 관리

수학을 잘 하기 위해 우선, 자기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른바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이 능력은, 실은 수학뿐만 아니라 학습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메타인지를 기르는 훈련은 맞은 문제와 틀린 문제를 분명하게 나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어떤 사고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점검하려면 일단 무엇을 틀렸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문제집을 풀면 자기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모릅니다. 틀렸다는 표시를 분명하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맞은 문제에 대해서는 동그라미를 엄청나게 크게 그리는데 반해, 틀린 문제는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가위표를 분명하게 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집 하나를 다 풀어도 오답 관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지도할 때 반드시 하게 하는 것이, 사소할지 몰라도, 굵고 진한 빨간 색연필로 오답을 체크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답에 동그라미를 치지 않고, 문제집에 문제를 풀지 않고 노트에 풀게 하기에, 다 푼 문제집에는 오답 표시만이 남게 됩니다. 이 문제들을 다시 풀어서 맞추면 세모 표시로 바꾸고,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면서 모든 오답 표시가 세모 표시로 바뀔 때까지 오답 풀이를 시킵니다. 그렇게 교재가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세모 표시가 된 문제들을 반복해서 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오답 관리의 전체적인 골자입니다.

이렇게 오답 관리를 함으로써, 학생 본인도 처음 풀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자기 부족한 부분들을 점차 알아가게 됩니다. '아, 나는 이 유형의 문제들을 많이 틀리는구나' '아, 나는 계산 실수가 많구나' '아, 나는 특히 이 단원에서 많이 틀렸구나' 하고, 자기가 더 공부해서 공백을 메워야 하는 학습 영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입니다.

2. 선행학습보다 중요한 것, 현행 수학의 정확한 학습

한편 제가 전에 지도한 숙명여중 1학년 학생을 예로 수학 공부법을 더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학생의 경우 중간고사 때 수학 성적이 29점 정도였는데, 당시 기말고사에서 70점 이상을 받으며 거의 50점 가까이의 성적 향상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 학생은 이른바 대치 키즈로서, 여느 대치 키즈들과 마찬가지로 선행학습을 많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중1 학생이 고1 수학 교육과정 진도를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처음 학생을 만나고 테스트를 했을 때, 아이는 선행학습을 나갈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중1 수학에 나오는 일차방정식 파트에서, 좌변의 항을 우변으로 옮기면 음수가 된다는 기본 개념조차도 정립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차방정식도 똑바로 못 푸는 아이가 고1 수학에 나오는 2차, 3차 방정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실제로 아이는 현행 내신 수학을 이해하는 속도도 느리고, 어떻게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계산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하여 초등학교 4~5학년 수준의 기탄수학을 풀게끔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1 선행학습을 나가다가 느닷없이 초등학교 수학이라니,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선행학습을 내려놓게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기탄수학에서 중학생 과정으로 넘어오면서, 방정식들을 엄청나게 많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몇 달간 함께 공부한 결과, 아이가 70점 이상의 성적을 받으면서 거의 50점 이상 성적을 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솔직히 70점도 그렇게 훌륭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행 수학의 점수가 50점을 하회하는 실력으로 선행학습을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럴 때가 아닌데..'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치동에서 너무 많은 부모님들이 불안감에, 혹은 조바심에 아이가 소화할 수 없는 과한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선행학습보다도 현행 수학을 정확하게 익히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3. 수학 개념 정복을 위한 서술형 공부법

중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수학 교육과정은 거의 통째로 도형을 다루는 기하 부분입니다. 소위 수포자가 속출하는 시기도 이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 이유는, 기하학은 수학에서 논리와 증명이 두드러지게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정확한 논리나 증명, 정의 등을 숙지하지 않은채, 소위 '때려 맞추듯이' 수학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그래서 객관식 문제들은 얼추 맞추는 것처럼 보여도, 서술형 시험을 보면 논리에 비약이 발생하게 되어 형편없는 점수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맡아 관리할 때에는, 도형의 증명, 닮음의 증명 등의 기본 정리들의 증명을 일주일에 몇 개씩 서술형으로 써 올 것을 과제로 내 줍니다. 그리고 그 과제로 내준 서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반복합니다. 서술이 완벽하다고 함은, 수학의 기본 공리로부터 논리적 비약 없이 정돈된 줄글 형태로 수학적 정리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논리를 서술하는 훈련을 통해서, 수학적 사고도 더불어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좀 고통스러울 수 있고 지난하겠지만, 풀이 과정을 비롯해서 증명, 정리들을 반복적으로 서술하는 훈련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수학을 지도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많은 학생들이 간과하곤 하는 수학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수학을 못하던 아이가 수학 실력을 올리고 자신감을 얻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그 어려운 길 위에, 멘토로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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