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준비생에서 정시 최상위권까지, 1년만의 변화

 

안녕하세요, 연세대 심리학과 멘토 장혜원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미술을 했었습니다. 유학을 진지하게 염두에 두고 있었을 만큼, 중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오로지 미술 하나뿐입니다. 그러던 제가 미술을 그만두고 공부로 노선을 튼 것은 재수 때의 일입니다. 첫 수능 때 수능 점수는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국어가 4등급, 수학이 6등급. 솔직히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러운 성적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재수를 결심하면서, 최상위권에 안착하고 소위 SKY를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기간은 채 1년이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포자’들을 위한 수학 공부법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저는 국어, 영어는 미술을 하는 와중에서도 그나마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또 잘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수 때 국어나 영어로 인해 그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에 저는 고3때까지도 이른바 ‘수포자’였을 정도로, 수학을 못 했고 또 싫어했습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고,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문제에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능 시험의 특성상 개념의 완전한 이해와 더불어 자유자재로 응용 및 적용하는 것을 요구하니, 제게 수학은 최대의 약점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푸는 문제의 양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수학 개념을 이해하는 두뇌를 하루아침에 기를 수도 없는 것이고, 못 풀던 고난도 문제를 하루아침에 풀어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풀리든 풀리지 않든, 일단 시중에 있는 웬만한 문제란 문제는 다 풀어보자,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으로 달려가 손에 잡히는 대로 수학 문제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권씩 푸는 것을 목표로 하나하나 격파하듯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공부의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비효율적인 공부법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효율을 따지려면 일단 기본기가 있어야 하는데, 수학에 기본기가 없었으니 비효율적이라도 일단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소위 말하는 ‘양치기’인 셈입니다. 제 경우도, 처음에는 이렇게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잘 이해도 안 되는데 계속 문제를 틀려가며, 풀어가며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격파해낸 문제집의 숫자가 서너 권쯤 쌓였을 무렵, 슬슬 문제를 보면 뭘 염두에 두고 출제된 문제인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를 너무 많이 풀다 보니, 문제들을 관통하는 이른바 ‘원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때부터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문제를 읽으면 문제 내의 키워드가 드러났고,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어떤 이론을 활용해 어떤 단계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로드맵이 그려졌습니다. 이른바 ‘효율적인 수학 공부법’을 체득한 것입니다.

제가 소위 수포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재수 때까지도 가장 약한 과목은 수학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머리가 똑똑해서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실은 저 같은 사람이 절대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효율적인 공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이키의 광고 문구로도 유명한 “Just Do It” 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공부할것이냐, 얼마나 공부할 것이냐를 떠나 일단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수포자를 위한 수학 공부법이란, 이처럼 허망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수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영어 원서 공부법 - 고정적인저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

 

앞서 이야기했듯 저는 수학은 자신이 없었지만, 국어와 영어는 잘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어는 거의 항상 고정적으로 1등급을 받았으니, 영어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재수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수험생활을 할 때는 영어 공부에 거의 시간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리 영어를 많이 공부한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배우는 등 소위 ‘한국식’으로 영어를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 동화책, 원서를 읽으면서 영어를 체화하겠다는 느낌으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하려면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 원서를 끼고 살다시피 지냈습니다. 영어를 ‘공부’로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생활’의 한 영역에 끌어들인 것입니다. 이 방법이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소 늦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예비 고1 혹은 그 이전의 학생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어 공부법입니다.

영어 원서로 공부를 할 때의 팁이 있다면, 오감을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영어 원서 중에는 오디오북이 있는 경우나, CD가 동봉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어 책을 눈으로 읽음과 동시에, 동봉된 음성을 같이 들으며 영어를 접했습니다.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도, 공부를 할 때 오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처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을 활용해가며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저처럼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 시험에서 영어 문제로 출제되는 유형은 굉장히 고정적이고, 또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문제는 수학이나 국어 처럼 유형을 비틀거나 꼬아 놓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독해가 가능하면 문제풀이가 즉각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어는 우선 독해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요구됩니다.

독해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무엇보다도 단어 암기를 강조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독해를 하기 위해서는 문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법을 잘 모르더라도, 영어 어휘를 풍부하게 알면 단어를 조합해서 어떻게든 의미를 추측할 수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의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은, 영단어를 외우고 공부하게끔 지도합니다.

학생의 영단어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렉사일 지수를 근거로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조기 교육을 고려했던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지표입니다. 렉사일 지수가 아니더라도, 학생을 붙잡고 영어 원서를 들이밀며 페이지당 모르는 단어의 개수를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한 페이지에 대략 10개 단어를 모르는 수준의 책이나 텍스트를 읽는 것이 학습에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진로의 변경,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앞서 공부법 이야기를 했으니, 지금부터는 제 진로에서의 경험과 가치관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글의 서두에 밝혔지만, 저는 고3때까지 8년 동안 미술을 했습니다. 제가 미술을 그만둔 것은, 제 재능의 한계를 마주한 까닭입니다. 미술도 당연히 노력이 중요하지만,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는 결정력은 재능의 영역이 더 컸습니다. 고3때 미술을 시작한 한 친구가 6개월만에 제 실력을 뛰어넘는 것을 보고, 이른바 예체능에서의 재능의 무게감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의 고3 시절은 우울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어머니는 재수를 해 보라 말씀하셨고,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도 물론 똑똑한 친구들이 유리한 입지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노력으로서 그 재능의 차이를 극복하고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나 대학에서의 ‘학문’이 아닌,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로서의 공부는 노력이 재능을 압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저와 같은 이유로 진로를 변경하고 좌절감에 침전하고 있을 학생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아서 우울한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무능을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무능감을 떨쳐버리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무능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다잡고 독하게 마음을 먹고 다시 한 번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어린 나이에 스스로의 무력함, 무능함을 깨닫는 경험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무력감에 침전할 뿐이라면 실패가 되는 것이고, 그 무력감을 원동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 서 있는 학생들의 입장과 상처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학생들의 곁에서 늘 칭찬과 공감하려 합니다. 저 또한 재수 때 항상 칭찬해주고 공감해주던 주변 선생님들 덕분에 1년 동안 독하게 공부를 했고, 또 소위 명문대에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이 무슨 시작을 하든, 그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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