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분위기와 흥미

 

많은 학부모님들은 제게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곤 했습니다. 그것은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과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공부는 사실 잘하게 되면 재미가 있습니다. 7살 때의 저는 덧셈 뺄셈이 취미였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7살의 아이는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을 받으면 더 잘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잘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잘 하게 되면 더 큰 칭찬과 인정을 받습니다.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저는 어느새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좋은 수학 성적, 경시대회 입상의 경험은 저로 하여금 수학에 대해 더 큰 흥미를 갖게 하였습니다. 다들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과목이지만 제게는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선순환을 일단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공부의 분위기와 흥미는 서로를 키워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공부하여 성취하는 경험을 해 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을 알려주고, 작은 성취라도 계속해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기회가 많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가르쳐준 것은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나 다른 사람들의 공부법을 알려주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가령, 국어 과목을 공부할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국어는 대부분 과목을 관통하는 주요 과목입니다. 모든 과목이 한글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들 따분하고, 복잡한 문장들에 어렵다고만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것으로 접근해서, 점점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이행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계를 높여가며 성취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학생 때 만화방을 다니며 많은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이 다 떨어져 갈 때 즈음에는, 옆에 있는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은 판타지 소설로 시작해서, 무협지 등, 만화책방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수업시간, 쉬는 시간, 심지어 새벽에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서 부모님 몰래 읽을 정도였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접하는 것이 쌓여서, 제 독해 실력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는 읽는 데 2시간씩 걸리던 책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는 1시간도 안 되어서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집이나 시험에서 국어 지문을 읽는 속도도 빨라져서 국어 과외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항상 국어시험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수능 국어의 시험 시간은 80분인데, 저는 50분이면 문제를 다 풀고 답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마치 호흡을 하듯 쌓아 올려진 독해력의 덕분입니다. 저와 같이 만화방을 다니던 친구들도 다른 과목에서는 썩 탁월하지 않더라도 국어는 항상 여유롭게 1등급을 받았습니다.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는 것이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유치하고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현대문학 100선 같은 책들을 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양질의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단 텍스트와 친해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글의 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읽을 의지가 없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무리 유치해 보이고 수준이 낮아 보이더라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많은 책을 접하는 것입니다. 그 단계와 수준은 그 이후에라도 천천히 올릴 수 있습니다.

 

수학과 과학: 출제자의 의도파악-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

 

모든 공부가 그렇듯, 출제자의 의도파악이 가능하다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굉장히 쉬워집니다. 그럴싸한 말로 표현했을 뿐이지만, 출제자의 의도파악이란 실은 모두가 하는 일입니다. 수학 문제로 치면, 이 문제에서 어떤 공식을 쓸지를 생각하는 것이 곧 의도파악입니다. 이것을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출제자가 나한테 어떤 개념을 묻는 것이고, 어떤 역량을 시험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라면 완벽합니다. 예컨대 ‘〈ㄱ,ㄴ,ㄷ〉 중 옳은 것을 고르라’는 형태의 문제를 풀 때, ‘ㄱ의 보기는 이차함수의 변환을 물어보는구나’, ‘ㄴ은 이차항 앞의 계수가 그래프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물어보는구나’, ‘ㄷ은 그래프 대칭변환을 물어보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푸는 학생은 그 문제의 의도를 파악한 것입니다. 시험에서 출제자가 무엇을 물어보고자 하는지 정확히 파악했는데, 그 문제를 틀리는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문제를 봤을 때 사용해야 할 공식이 떠오를 정도로 문제 유형들을 많이 접하고, 기본 개념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수학 실력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암기가 아니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수학의 기본 개념, 그것을 왜 배우는지, 어떤 것과 응용이 되는지까지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정공법이 가장 좋은 공부법입니다.

 

특히 과학은 수학보다 더 의도파악이 중요한 과목입니다. 과학에서는 앞서 설명한 완벽한 방법의 의도파악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물리의 경우, 수능에서는 총 20문제가 출제되는데 18가지의 암기문제와 2가지의 계산문제로 나뉩니다. 18개의 문제를 풀 때는, 해당 문제가 무슨 단원의 무슨 개념을 물어보는지에 대한 생각이 문제를 보는 순간 곧바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2가지의 계산문제는 뉴턴 역학과 유체역학, 돌림힘 단원에서 주로 출제됩니다. 그러므로 계산문제들을 풀 때도, 해당 문제가 어떤 단원에서 출제됐고 무슨 개념을 응용하는지를 바로 파악해야 합니다.

개념에 대한 완벽한 암기 혹은 이해를 위해, 제가 권장할 수 있는 공부법은 선생님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배운 내용이나 알고 있는 내용을 남에게 설명하다 보면,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이 쉽게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그를 설득하는 과정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개념에 대해서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그 근거가 미약하면 설명을 하면서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한 부분이 바로 개념의 취약점인데, 그것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보충해서 공부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또한 남을 가르치는 과정에서는, 첫째로 설명을 하면서 생각해보고, 둘째로 입을 통해 말하고, 셋째로 귀를 통해 듣게 되면서 총 3번을 공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통해 흥미를 느껴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과목의 본질에 가까워지기-영어 받아쓰기

 

영어는 익숙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많이 듣고 받아 써보고 지문을 접하다 보면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는 시험 과목이기 이전에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문법을 강의하라고 한다면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그것처럼 영어도 문법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영어 사용 자체에 익숙해지면 시험 문제를 푸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른바, 영어라는 과목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 언어를 배울 때, 지루하게 단어를 단어장에 적어 다니면서 외우고 한국어 문법을 공부하지 않았듯, 영어도 하나의 언어로서 접근하여, 익숙한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익숙함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영어 받아쓰기입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 등이 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무작정 미국 드라마 하나를 켜서 영어 스크립트와 함께 펼쳐놓고, 단어 개수가 보이는 상태에서 듣고 받아 써보았습니다. 한글 자막 보고 내용을 확인하고, 영어 스크립트 없이 들리는 대로 적었습니다. 제대로 받아 쓸 수 있게 되면, 한글을 보고 영작해보면서 영어의 전반적인 실력을 길렀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거친 끝에, 영어 듣기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는 단순히 영어 듣기라는 영역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아닌, 영어 자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신감과 흥미를 바탕으로, 영어 독해에 대한 실력도 길러 나갈 수 있었습니다.

 

멘토로서의 다짐

 

저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는 아마 많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막연히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매도하기 전에, 왜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이 재미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게임에선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 바로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캐릭터를 조종해서 한 행동들은 즉시 캐릭터의 성능에 반영이 됩니다. 만약에, 수학 문제 10문제를 풀면 수학 성적이 1점이 오른다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1000문제를 풀고 100점을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부의 경우는 내 행동이 성적으로 바뀌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게임만큼 흥미를 쉽게 느낄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공부의 첫 번째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 공부를 1시간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가장 커질 수 있는,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을 같이 찾아주는 것이 멘토의 역할입니다.

또, 하루 종일 공부만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공부해야 할 양, 완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목표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남는 시간의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까지가 공부의 큰 축입니다. 이 큰 흐름을 완성해냈을 때, 비로소 성적을 올릴 준비를 마친 것이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멘토로서 학생과 동행하며, 학생이 스스로 성취하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단지 성적을 올렸다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진정으로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공부에 임하는 태도를 이끌어내는 멘토가 되겠습니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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